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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FOMO에 대처하는 법

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

[강남시선] FOMO에 대처하는 법
"처음 보는 현상이라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지난달 26일 증시를 이끌던 2차전지 대장주들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루 주가변동 폭이 46%를 넘은 종목(금양)도 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선 지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전문가'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튿날(27일)에도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금양, 포스코퓨처엠 등이 두자릿수가 넘는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28일 등락을 거듭한 끝에 반등에 성공했다. 예측 불가능한 '널뛰기' 주가에 "코인(가상자산) 같다" "도박판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증권가 격언 중에 '그 어떤 재료보다 수급이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올해 들어 2차전지주가 급등한 것도 단기적으로 수급이 급격하게 쏠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코프로그룹주와 포스코그룹주를 들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 현상까지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에코프로 주식을 2조원어치 가까이 사들였다. 얼마 전 1년 만에 연락해온 친구의 첫 마디가 "지금이라도 에코프로를 사야 하나"였다. 2020년부터 에코프로를 들고 있다는 한 투자자가 무려 3000%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해 모두의 부러움을 산 그날이다.

에코프로 주가가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실적이나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눈에 보이는 수치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도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지금 비트코인은 개당 3만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성장하는 기업의 주가를 평가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제 아무리 당장의 수익가치보다 미래 성장가치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해도 일반 투자자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현대차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은 4조2379억원, 에코프로는 1664억원이다. 전문가들조차 "낙관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설명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에코프로의 주가가 목표주가를 크게 웃돌자 '매도' 투자의견을 냈고, 다른 일부는 '전망'을 포기하기도 했다.

수급은 언젠가는 끝난다. 수급으로 끌어올린 주가는 받아주는 주체가 없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외부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등했다면 빠지는 것도 한순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2차전지 광풍에 올라탈지 걱정하는 친구에게 말했다.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다. 지금은 '좋은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는 조언을 되새길 시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