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마약, 범죄, 도시공동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맨얼굴이다. 한때 낭만의 도시로 불렸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낭만은 사라진 듯하다.
낭만 대신 샌프란시스코를 차지한 것은 노숙자처럼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노숙자를 보는 것은 아주 쉽다. 샌프란시스코 중심 유니온스퀘어 남서쪽에 위치한 '텐더로인' 구역에서는 더 그렇다.
텐더로인 구역 내에서도 남쪽 샌프란시스코 시청과 인접한 에디 스트리트와 터크 스트리트가 노숙자들의 집결지다. 노숙자들은 텐트와 침낭으로 이곳이 자신들의 구역임을 알린다. 수십년 전부터 우범지역이었던 텐더로인에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노숙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하면서 텐더로인은 더 큰 우범지대가 됐다고 한다.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펜타닐과 오피오이드라는 마약을 한다. 마약에 중독되고, 마약 부작용으로 허리가 굽고 좀비처럼 움직이는 노숙자들과 그리고 그들의 용변으로 가득 찬 곳이 텐더로인이다.
노숙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노숙자가 범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크고 작은 범죄다. 샌프란시스코는 범죄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샌프란시스코 경찰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살인범죄는 전년 대비 12%, 강도범죄는 13%, 자동차 절도는 9% 각각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들이 범죄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내 노숙자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범죄가 급증하면서 홀푸드 등 미국 주요 유통기업들이 속속 샌프란시스코에서 철수했거나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 도시가 공동화되면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의 빌딩에서 '임대'가 표시된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사무실 공실률은 27.1%다. 계약 만료가 이어지면서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시도 APEC 회의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길거리 마약 투약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는 앞으로 5년 내에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를 절반으로 줄여 도심구역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의 강력한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인권과 자유 대신 다른 결단이 있어야 할 듯하다.
시 당국이 올해 APEC 회의 개최 전까지 시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이것도 샌프란시스코의 일부다"라며 노숙자들을 그대로 놔둘지, 아니면 노숙자들의 인권을 일부 침해하면서 그들을 정해진 특정한 장소로 최대한 이동시킬지 말이다. 런던 브리드 현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결정이 궁금해진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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