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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가계대출 한달새 1조 늘어... 금리·연체율 상승에 빚부담 가중 [가계대출 곳곳서 '경고음']

고금리 여파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가계대출이 다시금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집값 바닥론'이 제기되는 등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증가한 점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대출금리와 은행권 연체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차주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확산되고 있다.

■한달 새 약 1조원 치솟은 가계대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79조2208억원으로 집계됐다. 678조2454억원이었던 지난 6월 말과 비교하면 한달 새 9755억원이 껑충 뛰었다.

이는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전환된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 3개월 동안 가계대출 증가폭은 다달이 커졌다. 월말 기준 지난 5월에는 전월 대비 1431억원, 6월에는 6332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를 견인했다.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원으로 전월 말(511조4007억원) 대비 1조4868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잔액이 각각 2462억원, 6486억원 줄어든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추이와 대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금리가 높아 신용대출 수요는 많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들어간 점이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으려는 수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높아지는데 연체율도 상승세

문제는 이 가운데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31~4.79%로 집계됐다. 지난 4월 4.24~4.70%였는데 지난 2개월간 꾸준히 오른 것이다. 은행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되면서다.

앞서 국내외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 초까지만 해도 채권 금리는 지난해 연말에 비해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완화됐던 은행권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은행채 발행이 늘었고, 새마을금고발(發) 채권시장 불안이 있던 점도 한몫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3.6%대였던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이달 3.9%대 후반까지 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가운데서다.

이에 은행권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로 나타났다. 전월(0.37%) 대비 0.03%p 상승한 데다가 전년동기(0.24%)와 비교하면 무려 0.16%p가 높아졌다. 특히 은행권 연체율이 0.4%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5월 말 이후 3년 만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