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성해 만든 이미지. 출처=X(옛 트위터) 캡처
[파이낸셜뉴스]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11일 일본 개봉을 앞두고 “원자폭탄 피폭 피해를 가볍게 여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일 NHK,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화 바비의 X(옛 트위터) 계정은 지난달 21일 바비와 영화 ‘오펜하이머’를 합성한 ‘바벤하이머’ 이미지에 댓글을 달았는데, 피폭국 일본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14만명이 사망했고, 이후 나가사키에서도 원자폭탄으로 7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펜하이머는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개발을 총괄한 물리학자다.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합성 포스터 등은 미국에서 두 영화가 지난달 21일 동시 개봉하면서 대대적 흥행을 기록하자, 영화 팬들이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성한 이미지를 가지고 다양한 ‘밈’을 만들고 있다.
21일 영화 '바비'의 공식 계정이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성한 '바벤하이머' 이미지에 남긴 댓글. "잊지 못할 여름이 될 거예요"라고 적혀 있다. 출처=DiscussingFilm X계정
논란이 된 이미지는 주황색 불길이 치솟는 배경을 뒤로 오펜하이머가 바비를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지의 배경이 된 불꽃과 재는 핵폭탄 투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비’ 계정은 이 포스터 아래 “잊지 못할 여름이 될 거야”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밖에도 ‘바비’의 미국 계정은 원자폭탄이 폭발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버섯구름’을 형상화한 듯한 티셔츠에도 “우린 뚫고 지나가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바비의 헤어스타일을 버섯구름처럼 만든 이미지에는 “켄은 스타일리스트”라며 호의적인 댓글을 달았다.
21일 영화 '바비'의 공식 X계정이 버섯구름 그림과 함께 "나는 살아남았다"는 문구가 적힌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 티셔츠 사진에 "우린 뚫고 지나가지"라는 댓글을 남겼다(왼쪽) 바비의 헤어스타일에 버섯구름을 합성한 이미지에는 "켄은 스타일리스트"라며 호의적 댓글을 달았다. 출처=DiscussingFilm X계정
결국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재팬은 지난달 31일 “(피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미국 본사의 댓글은 매우 유감”이라며 “본사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일본에선 “원폭은 결코 농담의 소재로 삼으면 안 된다”, “핵전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냐”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이번 논란은 근본적으로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시각차 때문에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다수의 여론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중단시켰으므로 원폭이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은 무고한 인명을 끔찍하게 살상한 부당한 행위였다고 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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