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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4명 사망' 부산 싼타페 사건, 대법에서 결론낸다

'일가족 4명 사망' 부산 싼타페 사건, 대법에서 결론낸다
일가족 5명 탄 SUV 차량이 트레일러 추돌 (부산=연합뉴스) 2일 오후 12시 25분께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일가족 5명이 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싼타페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진은 처참하게 부서진 싼타페 차량. 2016.8.2 [부산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pitbull@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6년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이른바 '부산 싼타페 사고'의 원인을 두고 차량 제조사와의 법정 다툼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는다. 유족들은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지목하며 현대자동차 등을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족 측은 이날 대법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였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을 기각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지난 2016년 8월 정오께 부산 남구 감만동의 한 주유소 앞에서 물놀이를 가려던 일가족 5명이 탄 싼타페가 갓길에 주차된 컨테이너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했던 운전자를 제외한 아내와 딸 그리고 어린 손자 2명 등 4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운전자인 A씨에 따르면 당시 감만동 부근을 지나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냈고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급가속됐다. 질주하던 차량은 결국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트레일러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당시 공개된 블랙박스에는 사고 발생 직전 "차량이 왜 이러냐"는 A씨의 다급한 목소리를 비롯해 A씨의 아내와 딸이 당시 갓 100일을 넘긴 손자를 지칭하는 듯 "아기, 아기", "아기 어떡해"라는 울음 섞인 목소리가 섞여 참혹했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유족 측은 '급발진 사고'를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제조상 결함이 존재하거나, (급발진) 등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것이 1, 2심 판단이다.

상고이유서를 보면 유족 측은 '급발진 사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단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사실의 가능성이 50.1%임'을 입증하면 충분함에도, 2심은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치 않는 정도의 개연성'을 이유로 더 높은 수준의 70% 정도 입증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A씨는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치사)혐의로 입건돼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설사 가속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했더라도 시내 도로 주행 중에 급가속에 이를 정도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거나, 제동장치를 착각했더라도 14초 동안 계속해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민사소송에서 더 높은 수준의 증명을 요구한 것은 법원의 잘못된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심과 2심이 '급발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근거가 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책임도 제기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상고이유서에서 "자동차는 급발진이 끝나고 나면 멀쩡한 상태로 돌아가는데, 이는 휴대폰을 재부팅하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며 "국과수는 리셋된 후의 상태를 보고 먹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유족 측은 스스로 급발진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의뢰했지만, 1, 2심은 이를 배척했다.

엔진 등의 결함으로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했어도 브레이크 페달을 제대로 밟으면 자동차는 일정 거리 내에 반드시 멈추게 돼 있다며, 택시 기사와 택배업 등 장기간 운전업에 종사했던 A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확실히 밟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1, 2심 판단이다. 또 사고 당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가 빈번해지는데 소비자에게 사고 원인인 차량 결합 입증 책임을 묻는것이 정당한가도 상고심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 변호사는 "급발진 재현의 어려움, 관련 증거의 제조사측 편재 및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문서제출 명령 이행 거부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급발진 사고의 원인인 차량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천편일률적으로 급발진의 원인이 되는 차량 결함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급발진 사고 차량 운전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하 변호사는 이 사건을 지난 2018년 호남고속도로에서 일어난 BMW 급발진 사건과 함께 심리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증명의 정도와 결함의 추정을 위한 요건에 대한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제시해 달라는 취지다. BMW 급발진 사고는 지난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급격히 속도를 낸 '급발진 의심' 사고로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고로 부부가 사망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