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류삼영 총경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해 정직 징계를 받아 최근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났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경찰청이 하반기 총경 전보 인사를 단행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좌천성 인사에 조직을 떠나겠다고 밝혀서다. 최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허위 보고 논란 등으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총경 344명에 대한 정기 전보인사를 단행하며 총경 회의 관련자를 좌천시켰다. 총경 회의를 주도해 징계받은 류 총경은 울산경찰청 치안지도관에서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됐다.
112상황팀장은 올해 복수직급제 도입 이전에는 경정급 인사가 도맡던 직책이다. 류 총경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찰대 3년 선배이자 총경 8년 차다. 경찰은 지난 2월 정기인사에서도 총경 회의 참석자들을 시도·경찰청 112 상황팀장으로 발령해 논란이 됐다.
결국 류 총경은 사직서를 제출하며 "경찰청장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저의 사직을 끝으로 더 이상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보복 인사를 멈추고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청장 본연의 임무를 다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국민들께서 경찰 조직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오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로서 긍지를 갖고 신명 나게 일할 수 있게 경찰 조직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총경 회의 참석자로 알려진 이병우 총경은 세종경찰청 생활안전교통과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2월 상반기 인사 당시 경기 의정부경찰서장에서 충북경찰청 112상황팀장으로 좌천된 바 있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다만 총경 전보 인사는 경찰청장이 한다. 이번 인사는 전보 인사로 경찰청장 '의지'가 달린 일이나, 윗선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때문에 류 총경도 '외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청장은 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한 점에서 리더십 문제를 야기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 류 총경을 제외하고 총경 회의 참석자 54명을 놓고 징계하지 않기로 했으나, 지난 2월 상반기 인사로 좌천돼 '보복인사' 비판이 일었다.
하반기에도 같은 인사 논란이 나오자 경찰국 설치 이후 행안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최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놓고 국무조정실이 경찰관 6명부터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조직이 위기에 직면했으나 윤 청장이 수면 위에 나서지 않아 리더십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지난 '보복 인사' 이후 행안부 등 윗선이 인사에 지대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경찰 조직을 위해 독립적인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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