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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이어 쌀까지 수급 불안… 세계 '식량 대란' 터지나

'쌀 수출 1위' 인도 수출 통제
베트남·태국산 가격도 치솟아
아프리카·아시아 빈곤국 타격
올 곡물값 15% 오를 가능성

밀 이어 쌀까지 수급 불안… 세계 '식량 대란' 터지나
지난달 14일 나이지리아 카노주 카노의 쌀 가게에서 쌀을 판매하고 있다. AP뉴시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지난달부터 수출량을 대폭 줄이면서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밀의 대체품이 될 수 있는 쌀 가격까지 뛰고 있다며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식량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물량 반토막에 시세 급등

외신 등에 따르면 쌀 가격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베트남 일간지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7월 27일 기준으로 부스러진 쌀알(싸라기) 혼입률 5% 수준의 베트남 쌀 수출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기준으로 점유율 약 9%를 기록한 세계 3위 쌀 수출국이다. 점유율 약 14%로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태국의 수출 가격 역시 같은 기간 t당 545달러에서 625달러로 상승했다.

베트남 쌀 수출 가격 상승은 인도의 싸라기 수출 제한 조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도 식품부는 지난 7월 20일 1년 동안 쌀 소매 가격이 11.5% 상승했다며 바스타미 백미가 아닌 쌀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가 수출한 2200만t의 쌀 가운데 싸라기와 바스타미 백미가 아닌 쌀을 합하면 1000만t으로 전체 약 45%에 달했다.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쌀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쌀 가격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6월 예측에서 태국의 2023~2024년 쌀 생산량 예측치를 전월 전망보다 3.9% 낮춘 1970만t으로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5일 발표에서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막힌 데다 인도의 수출 통제까지 겹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세계 곡물 가격이 15%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 위험, 수출통제 오래갈 듯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쌀은 일반적으로 향이 나는 향미, 찹쌀, 길고 가벼운 인디카, 한국과 일본 등에서 주로 먹는 자포니카까지 4가지 품종이다. 바스타미 쌀은 향미의 일종이며 인도 업자들은 지난달 조치로 인해 인디카 쌀도 수출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인도가 수출한 쌀 가운데 인디카 쌀은 600만t에 달했다. 인디카 쌀은 다른 품종에 비해 저렴하여 신흥시장에서 많이 팔린다

영국 BBC는 1일 보도에서 미 연구기관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를 인용해 쌀을 수입하는 국가 중에 인도산 비중이 절반 이상인 곳이 42개국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수입 쌀 가운데 인도산 비중이 80% 이상인 곳도 있다. BBC는 중국과 필리핀, 나이지리아가 인도산 쌀을 주로 구매하며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역시 국산 쌀이 떨어지면 인도 쌀을 구입한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우크라 전쟁 이후 밀 가격 상승으로 쌀 수입이 늘어났으며 쿠바와 파나마같은 중미 국가들도 최근 쌀 수입을 늘리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 보고서를 인용하여 특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인도의 쌀 통제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미 금융기업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중동, 북아프리카 역시 인도산 쌀에 의지한다.
지부티, 라이베리아, 카타르, 감비아, 쿠웨이트도 인도의 쌀 수출 통제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페루 국영 연구소인 국제감자센터(CIP)에 따르면 쌀 가격은 당시 6개월 동안 3배 뛰었다. CIP의 사마렌두 모한티 아시아 국장은 "쌀 시장에서 인도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며 "인도의 수출 통제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