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 오산시 청학동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서포트(하중분산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중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15곳을 공개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 필요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의 철근 누락으로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다 명확한 사고 원인과 해결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라도 철근을 누락하지 않고 건축했다면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비슷한 붕괴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발주자에 대한 책임을 보다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량판 아닌 철근누락이 문제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철근을 누락한 '순살 아파트' 논란 이후 아파트 안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의 아파트 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무량판 구조를 둘러싼 막연한 불안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도 무량판 구조에 대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의 문제가 아닌 철근 누락이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즉 무량판 구조든 다른 구조든 철근을 설계대로 누락하지 않았다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 회장(한양대 교수)는 "무량판 구조는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한 구조로 해외에서도 일반 거주 공간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며 "무량판 구조는 드롭 패널 등을 추가로 적용하는 방식과 그렇지않은 두 가지 방식에서 선택할 수 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며 드롭 패널을 추가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대신 보다 견고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다. 수평구조 자재인 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둥이 직접 천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공간이 넓어지고 층간소음이 적으며 건설비용과 기간도 단축된다. 아파트 주차장에 적용되면서 우려가 커졌지만 일반 공간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제도개선 필요...발주자 책임 높여야
일례로 지난 1995년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다. 이에 무량판에 대한 불안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삼풍 사고는 무량판 자체보다는 빈번한 용도변경 등 부실한 공사와 운영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건설단계에서 발주와 설계, 시공 등 각각의 책임이 분명하게 적용돼야 하고, 특히 이를 총괄하는 최초 주문자인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홍섭 건설안전학회 회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에도 현재와 동일한 책임 체계로 현재에도 책임 구조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라며 "철근 누락 여부에 앞서 이를 총괄하는 발주자의 책임을 건축물 관리법 등에 명확하게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건축 관련 입찰에는 가격이나 연고에 의한 업체 선정이 아닌 기술력 우선으로 업체를 결정하는 체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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