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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가 뭐길래...'꿈의 물질' 놓고 전세계가 후끈

한국인 초전도체 논문으로 논란 확산
충분히 실현 가능 vs 논문 내용 부족

초전도체가 뭐길래...'꿈의 물질' 놓고 전세계가 후끈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주장한 영상 캡쳐. 사이언스 캐스트(Science Cast)의 김현탁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뉴스1

[파이낸셜뉴스] 자기부상열차를 쉽게 만들고 핵융합발전까지 가능한 물질을 한국 과학자가 발명한게 사실일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구할 수 있는 구리와 납을 고온으로 가열해 초전도 물질 'LK-99'를 만들었다. 하지만 국제학술지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라와 실현 가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국제 과학 학술지의 검증을 통해 논문이 출간될때까지 그 평가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위여부 검증에 들어간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판단을 유보했지만 "두 편의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자비부상열차 등 실현 '꿈의 물질'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초전도 물질은 전기저항이 0이며, 내부 자기장으로 공중에 뜰 수 있다.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전기선을 만들면 전력손실이 없다. 이 때문에 아무리 먼 곳일지라도 무손실 전송이 가능해진다. 또 저항이 없어 이 물질로 PC를 만들 경우 냉각팬이 필요 없고, 현재 양자컴퓨터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현상을 위해 극저온을 유지해야 해 냉각을 위한 막대한 공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배터리 용량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또 마이너스 효과를 통해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 이같은 초전도 현상을 활용해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발전에 쓰일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용이 매우 저렴해질 수 있다. 비용 중 상당수가 냉각을 위한 액체헬륨 비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 과학자들이 발견한 초전도 현상은 절대 온도인 영하 269도나 초고압 상태에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기압이나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물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SF영화 '아바타'에서는 인류가 '판도라'라는 행성에만 존재하는 '언옵테늄'이라는 초전도 물질을 채취하기 위해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한다.

■美·中 "충분히 실현 가능성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은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시니드 그리핀 연구원은 지난 2일(한국시간)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구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내놨다.

LK-99에서 구리 원자가 결정 구조로 침투해 납 원자를 대체함으로써 결정이 변형되고 수축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물질의 전자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전자의 조건과 위치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핀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LK-99가 충분히 높은 수준의 임계 온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재료공학부 창하이신 교수팀도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재현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창하이신 교수의 영상에는 검은 작은 점이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들은 "LK-99 구현에 성공했으며 '마이스너 효과'를 검증했다"고 말했다.

■韓 과학계 "논문 내용 부족하다"
하지만 국내 과학계에서는 아직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관련 논문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과 논문 연구자가 벤처기업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의구심을 내비쳤다. 한 과학자는 "이번 논문에 나온 LK-99가 초전도 성질을 가진게 사실이라면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논문 내용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실험에서 사용한 시료를 다른 전문기관에 주고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전도저온학회는 국내외 과학계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들썩이자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초전도저온학회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국내·외 연구기관의 검증 결과를 지켜보고자 했으나, 수일간 국내외에서 결과의 진위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라고 검증위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문으로 관심을 모은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파트너사 이름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한국화학연구원 측은 "공식적으로 업무협약이나 공동연구, 위탁, 용역 등을 한 기록이 없다"며 "이러한 협업을 하려면 화학연구원에 업체 등록을 해야하는 데 업체 등록도 안된 상태"라고 말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의 홈페이지에는 여러 기관과 기업의 로고가 올라와 있었다. 현재는 홈페이지가 '사이트 준비중'이라며 접속이 막힌 상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