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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사진신부' 캐릭터 매력적...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 공연]

강인한 '사진신부' 캐릭터 매력적...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 공연]
2023 알로하 나의 엄마들(세종문화회관)

[파이낸셜뉴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다시, 봄’과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2030대 중심의 뮤지컬 관객층을 4050대로 넓힐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특히 두 작품은 요즘 대중문화의 화두인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다뤘다.

지난 3월 성공리에 재연된 ‘다시, 봄’은 갱년기 중년 여성들의 수다 한판을 차지게 펼쳐 놓았다. 실제 50대인 서울시뮤지컬단 여배우 7인을 비롯한 중년 여성들과의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극을 구성했고, 관람자 역시 40대 이상이 전체 예매자의 73.34%를 차지했다.

오는 19일까지 재연되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하 알로하)은 아동·청소년문학계 대표 작가 이금이의 원작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기존 중극장 규모의 세종M씨어터에서 올해는 12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확대했다. 대극장 규모에 맞게 장비와 세트를 보강해 회전 무대와 영상을 적극 활용한 게 큰 변화다. 특히 영상은 부푼 꿈을 안고 배에 올라탄 세 소녀를 파도가 넘실대는 이국의 땅, 하와이로 공간 이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알로하’는 100여 년 전, 하와이로 결혼 이주한 한인 여성 ‘사진 신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의병활동으로 아버지를 여읜 가난한 양반집 딸 버들과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된 부잣집 딸 홍주, 무당 손녀라는 이유로 돌팔매질을 당해온 송화. 열여덟 살 세 소녀는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쫓아 중매쟁이가 가져온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포와)로 간다. 배위에서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던 중 “그저 돌팔매질만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송화의 바람을 듣고 두 소녀는 “미안하다” “지켜주겠다”고 노래하는데, 이 장면은 제목의 속뜻이 밝혀지는 결말과 연결되며 그 시절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의 연대와 포용의 메시지를 전한다.

국공립단체 뮤지컬과 상업 뮤지컬의 차이점은 무엇이어야 할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의 최대 미덕은 세 여성 캐릭터가 제각각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첫날부터 자신을 밀어내는 남편의 아픈 사연을 듣고 절망하는 대신 더 사랑하겠다고 노래하는 버들의 강인함,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홍주의 패기와 솔직함 그리고 기구한 운명에 거듭 세상에 짓밟히나 그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제목소리도 내는 홍주의 용기가 인상적이다.


한 공연 관람자는 “시대의 흐름에서 그저 출생에 의해, 남편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는 약자였을 그녀들이 강한 여성으로서, 내 자식을 지켜내는 엄마로서 거듭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여름방학과 맞물려 자녀와 함께 공연을 찾은 3040대 관객이 많은 게 특징이다. 세종문화회관을 통해 예매한 관객을 살펴보면, 남성보다 여성(70.5%)의 예매율이 높고, 초연 대비 자녀와 함께 온 40대(15.8%), 엄마와 함께 온 10대(16.8%)와 20대(13.4%)의 예매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