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최대 유조선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선적 지그(Sig)호에 5일(현지시간) 폭약을 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접근하는 모습이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보이고 있다. 이날 흑해 크름반도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이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흑해 곡물수출 협정 재협상 전망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가운데 유엔 세계식량기구(FAO)가 집계하는 7월 세계식료품물가지수(FPI)가 전월비 1.3%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AP연합
러시아가 지난달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협정에서 탈퇴한 뒤 세계 식량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CNN에 따르면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FAO)는 4일(이하 현지시간) 7월 세계 식료품물가지수(FPI)가 전월비 1.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 간 FPI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흑해 곡물운송 합의 뒤 식량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식량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비하면 아직도 12% 가까이 식량 가격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식량 가격이 치솟을 위험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협정 만료 당일 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흑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4일 러시아 흑해함대 상륙함을 드론으로 파괴한데 이어 5일에는 러시아 선적 유조선 가운데 최대 규모 유조선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보안국(USS)에 따르면 러시아 선적 유조선 가운데 최대 규모 유조선 중 하나인 지그(Sig)호가 450kg의 폭약을 실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드론 공격으로 이 유조선 우현 엔진실에 구멍이 났고, 이때문에 물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지금은 구멍을 메운 상태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동원한 공격을 반복하면서 러시아가 피해를 입고 있어 흑해 곡물 협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 때 우크라이나 곡물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흑해 곡물 협상이 탄력을 받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흑해 곡물협정은 지금까지 3차례 갱신됐지만 러시아는 계속해서 자국 곡물·비료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협정 탈퇴를 협박한 바 있다.
7월 FPI 상승세는 흑해 곡물협정 파기가 직접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세계 주요 해바라기씨·유채씨(카놀라)유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식용유 가격이 전월비 12% 폭등하면서 FPI를 끌어올렸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 영향도 일부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식용유는 석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연료 생산에도 활용된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해바라기씨 기름 수출의 46%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밀 가격도 오르고 있다.
FAO의 FPI 세부 지표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 밀가격지수(WPI)는 지난달 전월비 1.6% 상승했다. 9개월 만에 첫 상승세다.
다만 밀 가격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시점인 지난해 2월에 비해서는 46% 낮은 수준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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