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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마주가 '상수'로 자리 잡기 전에

[기자수첩] 테마주가 '상수'로 자리 잡기 전에

식지 않을 것 같던 2차전지 열풍이 초전도체로 옮겨간 모양새다. 최근 주식시장은 초전도체 관련주를 찾으려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이다. 2차전지에서 초전도체로 배턴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한껏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문제는 '테마 부상→주가 급등→급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투기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소속 국내 연구진들이 상온 초전도체인 'LK-99'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달 27일 이후 서남이 262%, 덕성은 179% 급등했다.

하지만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LK-99를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고, 관련 종목들은 급락했다.

2차전지 광풍도 마찬가지다. 2차전지 테마주로만 묶이면 해당 종목은 급등세를 보였다. 2차전지 종목으로만 수급이 쏠리며 시장이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2차전지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단순한 테마로 치부하기엔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달 26~27일의 갑작스러운 급락 사태를 고려하면 '시장이 도박판 같다'는 우려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테마가 지배하는 시장'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무상증자, 네옴시티, 리튬 등 여러 키워드가 증시를 뒤흔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웅진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성씨라는 이유로 거래가 몰렸고, 노터스는 1대 8의 파격적인 무상증자로 6연상(6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끝은 대부분 급락이었다.

테마가 지배하는 분위기가 당연해질수록 시장은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실적이나 연구성과 등은 가려지고, 단기 수익률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 이익을 추산하고, 현 주가가 적정 주가보다 싼 종목을 발굴하려는 가치투자도 설 자리를 잃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실적이 탄탄하고 미래 성장성이 커도 테마로 주목받지 못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가치투자 대신 묻지마 투자가 유행할 수밖에 없다. 테마주는 시장의 '변수'는 될 수 있어도 '상수'가 돼서는 안 된다. 테마장세가 상수로 자리 잡기 전에 건전한 투자문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