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있는 잼버리 대원들 수도권으로 이동
태풍 북상에 비상대피 결정, 정부 관계기관 총 동원
관심 쏠리는 K-팝 공연도 전주에서 서울 변경 검토 중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7일 오후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프레스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비상 대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부안(전북)·서울=강인 윤홍집 최재성 기자】북상 중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야영지를 모두 떠나기로 결정했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나머지 156개국 3만6000여명의 대원들이 모두 새만금에서 철수해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한다.
7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태풍 북상으로 새만금 야영지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도권으로 비상대피 한다고 밝혔다. 다만 11일에 퇴영식을 그대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잼버리 중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북이 태풍 영향권에 들게 돼 영지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 지자체 협조를 통해 태풍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기관과 교육 시설을 최대한 확보해 대원들에게 안전한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정부 비상대피 계획에 따라 새만금 야영지에 있는 156개국 3만6000여명은 오는 8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버스 1000대 이상이 동원될 예정이다. 국가별로 버스를 배치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요원도 배치한다. 경찰도 야영장 조기 철수에 대비해 교통과 참가자 안전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태풍 카눈의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세계잼버리의 모든 참가자가 새만금 캠프장에서 조기 철수할 계획이라는 확인을 받았다"라며 "정부가 출국 계획을 조속히 진행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자원과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관심이 쏠린 K-팝 공연도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규모가 큰 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콘서트는 당초 지난 6일 새만금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전 문제 등이 제기돼 한 차례 변경됐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7일 서울 경복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시장 "손님 맞을 준비하라"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조기 철수 결정으로 최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우리 정부는 열약한 새만금 행사장에서 벗어나 서울로 남은 기간 잼버리를 이어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이미 최다 인원을 보낸 영국과 미국은 서울과 경기도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의 지자체들은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잼버리 구원투수'를 자처한 서울시는 자연과 문화, 역사와 예술 등 서울의 매력을 총동원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첫 단추는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통해 끼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기 퇴소를 가장 먼저 결정한 영국 대원들은 전날인 6일 서울시가 긴급 마련한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관람했다. 새만금을 떠나 서울로 향한 각국 대원들을 위해 '콘텐츠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서울시의 첫 행보다.
영국 대원들을 태운 시티투어버스 4대는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여의도와 반포대교, 남산 등 서울 야경 명소 곳곳을 누볐다. 마포대교와 반포대교를 건너면서 한강을 둘러본 대원들은 남산의 N서울타워에서 서울의 야경도 관람했다.
이날 야경 투어에 참여한 케스터 샤프 영국 스카우트연맹 지역총괄팀 스태프는 "서울에 오게 돼 기쁘다. 서울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찰이나 궁궐도 가보고 길거리 음식문화도 경험하는 등 영국에 있을 때와는 다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어 놀랍다"며 "이렇게 더운 날씨가 익숙지 않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티투어버스 프로그램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국 스카우트 연맹 관계자들과 긴급 면담을 가진 뒤 시가 빠른 속도로 추진해 마련했다. 시는 시티투어버스 일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만금 구원투수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오 시장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에서 다양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최대한 추가 발굴해 제공할 예정"이라며 "시민여러분들께서도 스카우트 대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서울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기 퇴영한 단원들을 대상으로 숙식 지원 및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긴급 제공한다.
먼저 서울체육고등학교와 공립 고등학교 4~5개교의 학교기숙시설을 활용해 1일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숙식을 지원하며 서울시교육청 운영프로그램과 연계한 체험활동을 제공한다.
서울의 초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문화단과 함께하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남산한옥마을과 민속박물관 문화유적 탐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대원외국어고등학교 등의 학생 통역 지원과 광신방송예술고등학교의 영상촬영 지원, 체험별 의료 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K-컬쳐를 경험하고 좋은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울시와 협력하여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경북 등도 숙소·견학 지원
서울 이외의 다른 지자체들도 지원에 나섰다. 조기 퇴소한 영국 참가자중 일부인 1060여명이 인천시 소재 호텔에서 잼버리가 끝나는 12일까지 체류하면서 문화체험 등을 실시중이다. 이들은 인천학생과학관 등을 견학하는 등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세계 잼버리대회에서 조기 퇴소해 인천에 오는 일부 참가국 스카우트들을 위해 전담팀(TF) 구성 등 지원에 만전을 다할 것을 특별지시했다.
경북도도 잼버리 참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역 대학교 기숙사 등을 활용한 숙소 마련과 세계문화유산 투어 등 관광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시와 안동시는 경북의 정체성과 경북만의 매력적인 특별프로그램을 운영, 손님 맞이에 나섰다. 경주는 블루원리조트 내 워터파크 시설 무료 이용과 플라잉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야간 특별프로그램으로 신라달빛기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동은 문화공연체험으로 하회별신굿탈놀이와 놋다리밟기, 탈놀이단 공연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잼버리 대원들이 묵을 숙소와 야영장소 제공은 물론 세계문화유산과 지역 관광자원을 활용한 유치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우선 지난 주말 경주 화랑마을, 불국사 숙박단지, 보문관광단지 등 지역 주요 숙박자산을 점검하며 잼버리 참가자 유치에 나섰다. 이어 경주의 랜드마크인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동궁과월지, 대릉원 등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kang1231@fnnews.com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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