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공동연구진, 세계 최초 새이론 제시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패러다임 바뀔수도
우주 초신성.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제공동를 통해 세계 최초로 우주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제5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리 우주가 우주상수로 가득 차 있다는 기존 평탄한 'ΛCDM 표준 우주 모형'의 이론적 뼈대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 결과 기존의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7일 고등과학원에 따르면, ΛCDM 우주 모형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라고 가정한다.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다. 지난 20여 년간, 큰 규모의 물질 밀도 요동,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의 크기 등 다양한 관측을 이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결과가 오차 범위 안에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에 부합되서, 평탄한 ΛCDM 모형은 표준 우주 모형으로 불렸다.
반면, 연구진은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정밀하게 측정해 그 값이 -1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연구는 적색이동 값이 0.8까지 도달하는 거대한 은하 탐사인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 자료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SDSS의 은하들이 뭉쳐 있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성질을 발견하고 이를 알콕-파친스키 방법이라는 우주의 팽창 역사 측정법에 적용했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우주의 팽창 역사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팽창 가속도는 ΛCDM 우주 모형에서 예상되는 정도보다 적다. 측정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0.903이고, 불확실성은 0.023이다. 이번 결과가 상태방정식 값이 -1인 우주상수 모형과 부합할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우리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재 SDSS보다 우주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차세대 은하 탐사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탐사 자료에 같은 방법을 적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진은 "만약 이 연구의 결과가 DESI 자료에서 재확인된다면,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론 연구에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고 밝혔다. 우선 이 연구에서 구한 우주의 최근 팽창 역사와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부터 얻은 초기 우주의 팽창 역사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박 교수는 "기존 ΛCDM 우주 모형에서 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양과 특징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만약 우주의 가속팽창 속도가 기존 ΛCDM 우주 모형보다 더 크다면 최근의 우주와 우주배경복사에서 각각 구한 허블상수 값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허블상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암흑에너지 상태방정식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박 교수는 "반대로 이번 연구처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1보다 크다면,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는 기존 ΛCDM 우주 모형에서보다 더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ΛCDM 표준 우주 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며, "앞으로 차세대 은하 탐사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 문제를 보다 확실히 해결하는 후속 연구와, 지난 수십 년 간 ΛCDM 표준 우주 모형이 일궈낸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도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천체물리학저널에 8일자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박창범 교수와 중국원난대 동 푸유 교수, 한국천문연구원 홍성욱 박사, 고등과학원 김주한 연구교수, 서울대 황호성 교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박현배 박사,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스티븐 애플비 교수가 참여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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