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묻지마 범죄
신림·서현역 피의자 공통점은 상대적 박탈감·고립·정신질환
경제·복지·보건 등 분야에서 명확한 원인 찾아 동기 제거해야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커피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사회 단절 등이 박탈감·분노로"
7일 수사기관과 학계 등에 따르면 최근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 사회적 고립, 정신질환 등이 원인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명확한 직업이 없고 사회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고질적 정신질환까지 동반된 경우 극단 행동을 우발적 또는 계획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조선(33)의 경우 경제적 무능과 신체조건에 대한 열등감 등이 범행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와 교류가 끊기고 어린 시절부터 이모와 살며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할머니 집을 오갔다. 경찰 조사에서는 조씨는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신체적·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더구나 조씨는 지난 4일 진단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씨(22)의 범행 동기는 사회적 박탈감과 분노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신 질환 병력도 있어 극단 행동이 쉽게 촉발되는 환경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씨는 원하던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후 처지를 비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인기피증으로 고교 재학 1년 만에 자퇴하고 여러 차례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됐다. 지난 2020년에는 조현성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진단 이후 최씨 스스로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혼자 살며 배달원으로 생활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사회에 대해 분노나 불만을 품고 있다가 촉발 요인에 의해 폭력적인 공격행위로 나온 것 아닌가 싶다"며 "현재 상황에 좌절하거나 비관하는 사람들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교수는 "사회적으로 외톨이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주목을 끄는 것을 기대하기도 했을 것"이라며 "사회와 유대가 끊긴 이들이어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으로 경찰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며 "(관심을 끌어) 나를 괴롭히는 스토킹 조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사회구조에서 원인 찾아야"
사회적 분노가 극에 달해 범죄로 표출되는 만큼 사회적관계망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 동기를 제거해야 한다"며 "사회 구조적 원인이 소득격차, 양극화 심화라면 복지,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서현역 사건처럼 정신 장애가 있었다면 공중보건, 정신의학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사회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상대적 박탈에 빠진 사회적 낙오자라는 특징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도 언급했다.
곽대경 교수도 "사회적 불만, 경제적 어려움, 인간관계, 사회적 소외 등 개별 범죄 사례마다 세부 동기가 있는 만큼 사회복지 제도를 다양한 원인에 맞춰 다양하고 폭넓게 보완하는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범죄자는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결심하면 실행한 뒤 체포 또는 변호사 자문 이후 형량을 알게 된다"며 "처벌 강화는 범죄학 연구에서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최근의 추세로 행정 편의적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보다 명확한 범죄의 동기를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이코패스 등 성격장애를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면 대응방안을 만들기 어렵다"며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지 말고 적절한 형사정책을 도출할 수 있도록 범죄자를 직면하는 정부가 원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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