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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센터, "故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사단장이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

군 인권센터, "故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사단장이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
8일 오전 군인권센터는 '해병1사단 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브리핑'을 열고 당시 사고 경위에 대해 밝혔다. 사진은 당시 중대장이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와 복장에 대한 지침을 전달한 내용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파이낸셜뉴스] 호우 실종사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채수근 상병에 대해 현장 지휘권자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했으나 묵살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8일 '해병1사단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브리핑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포병7대대 소속이었던 채 상병은 지난달 20일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물살에 휩쓸려 사망했다.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채 상병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수색 첫날은 현장 간부 판단에 따라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했다. 그러나 임성근 해병1사단장의 지시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부터는 물 속에 들어갔다. 또 사단장은 효율적으로 수색하기 위해서라며 일렬이 아니라 바둑판식 대형을 고집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서로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떨어져 수색을 하게 돼 물살에 쉽게 쓸려내려가는 결과를 낳았다. 총 8명이 물에 휩쓸렸고 채 상병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스로 나오거나 구조됐다. 반면 포병7대대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허리 아래쪽까지만 입수하고 과도하게 수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 전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9시 54분께에는 중대장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복장 지침으로 위에는 우의를 입은 채 장화를 신은 차림으로 수색할 것을 전파했다. 이에 간부 1명이 "안전 재난 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물이 장화에 들어가면 보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대장은 "1사단 회의간 분위기 전체가 그런 거였다. 건의하겠다", "물가에 가게 될 경우 전투화로 변경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결국 사건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5시 32분께 중대장은 복장은 장화이고 우의를 지참하라며 최종 통보했다. 중대장의 건의에도 윗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구명조끼 없이 입수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으로 수색에 나섰다.

현재 대대장과 중대장은 모두 보직해임된 상태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단장이 수중수색 지시한 것은 분명하다. 복장통일 같은 불필요한 이야기를 지속 지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해병대가 성과 올리고 있다는 이미지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한 지시를 남발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한편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을 당하고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까지 회수되면서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