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비상대피를 시작한 전북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부안=강인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8일 야영지에서 비상대피를 시작했다.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돼 위험을 피해 플랜B를 가동한 것이다.
지난 1일 잼버리 시작 이후 지속된 폭염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스카우트 정신을 지켜온 대원들은 아쉬움을 남기며 현장을 떠났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이날부터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는 인원은 156개국 3만6554명이다. 앞서 지난 5일부터 영국(4500여명)과 미국(1000여명)이 현장에서 철수한 뒤 남은 인원이다.
철수하는 대원들의 표정에는 야영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과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경험하게 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아쉽지만 밝은 표정의 대원들
이날 오전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지에는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전국 대피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국가별로 정해진 장소로 집결했다. 그동안 사용한 텐트와 영지를 정리하고 자신의 배낭을 꾸렸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비상대피가 시작된 8일 야영지를 떠나는 한 대원이 취재진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인 기자
대회 시작 이후 대원들을 괴롭힌 날씨는 이날도 무더웠다. 하지만 '비상대피'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게 대원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일부는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일부는 생수병 세우기 놀이를 하며 무료한 대기 시간을 보냈다.
영지에는 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대형버스가 속속 도착했고, 버스마다 각국 국기를 부착해 탑승 혼란을 줄였다. 하늘에는 안전 이동을 위한 경찰 헬기가 돌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는 한 대원은 "덥고 힘들었지만 야영을 마치고 싶었는데 태풍 때문에 이동하게 돼 무척 아쉽다. 남은 기간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한다.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156개국 3만6554명 전국 각지로 이동
이날 오전 9시 대만 대원들을 태운 첫 버스를 시작으로 1014대의 버스 이동이 시작됐다.
버스는 국가별로 나눴고, 숙소 도착 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요원이 배치됐다. 이들 버스 보호를 위해 경찰 헬기 4대와 273대의 순찰차가 에스코트에 동원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우측)이 8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비상대피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스카우트연맹에 따르면 대원들은 서울 17개 숙소에 8개국(3133명), 경기 64개 숙소에 88개국(1만3568명), 인천 8개 숙소에 27개국(3257명), 대전 6개 숙소에 2개국(1355명), 세종 3개 숙소에 2개국(716명), 충북 7개 숙소 3개국(2710명), 충남 18개 숙소에 18개(6274명), 전북 5개 숙소에 10개국(5541명)이 이동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가자가 숙소 도착 시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숙소와 화장실 청결 상태를 점검하고 의료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경찰은 숙소에 대한 순찰을 실시하고, 식약처는 참가자들에게 제공될 식사 위생 상태를 확인해 참가자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비상대피 상황에 현장 혼란도
갑작스런 대피 상황에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모습도 있었다.
대원들이 집결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정보가 다른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하는 모습이 보였다.
8일 전북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비상대피를 위해 버스에 오르는 스카우트 대원들. 뉴시스
대부분 친절하고 밝아 보였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원도 있었다.
자신의 목적지를 찾는 버스기사가 차를 세우고 내려 어디에서 대기해야 하는 지 물었지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야영지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한 버스기사는 "어제 밤 긴급히 전화를 받고 버스를 배차해서 왔다. 호주 친구들을 태워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디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모처에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정확한 장소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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