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둘러싼 '대북송금' 재판이 난장판이 됐다. 변호인과 이 전 부지사의 의견이 갈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오히려 '이 전 부지사의 의사를 재판에 온전히 반영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재판 도중 변호사가 사임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급기야 판사의 고성까지 터져나오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정상적인 변론 맞나"…'변호' 자격 두고 실랑이 벌어져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에는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쏠렸다. 직전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변호를 법무법인 해광에게 맡길 것인지를 두고 아내와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해광을 신뢰한다"고 했지만, 재판 직전인 지난 7일 해광은 돌연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결국 이날 공판에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대표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러 나왔고 덕수의 변호가 '정상적 변론'인가를 두고 각종 설전이 벌어지면서 재판이 파행으로 이어졌다.
검찰이 김형태 변호사를 향해 "이 전 부지사 측과 소통이 전혀 없던 것 같아 정상적인 변론이 이뤄질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부합할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하자 김 변호사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이 김 변호사의 발언 도중 재판부에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맞는 발언을 하는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당신이 변호사냐"며 소리를 높였다. 검찰도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느냐"며 맞서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미션받고 왔나"에 분노한 변호사, 사임 후 퇴정
김 변호사는 이날 재판 초반부터 재판부와 검찰을 향한 강한 불신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300만불의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검찰 조서에 대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검찰의 회유, 협박에 의한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어 "불필요하게 재판을 끌며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재판부에 대한 신뢰도 없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냈다. 그러더니 "공소장에 없는 내용으로 1년 간 하는 재판에 더는 변호인 조력을 할 의사도 없다"며 재판 도중 사임 의사까지 밝혔다.
이에 검찰이 김 변호사를 향해 "피고인(이화영 전 부지사)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검찰 조서에 부동의·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날을 세우자, 김 변호사는 "미션이라고요?"라며 말을 끊었다. 급기야 재판부가 "변호사님!"이라며 고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검찰이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김 변호사는 재판 도중 퇴정했다.
이날 파행의 정점은 이 전 부지사 역시 자신의 변호사와 맞섰다는 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김 변호사의 재판부 기피 신청,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의견서 등이 본인과 상의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못 읽어봤고 조금 전에 처음 들었다"고 답했다.
오히려 재판부에 이날 불출석한 법무법인 해광에게 대한 신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다음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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