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출장에 혈세 마구 뿌려
감사· 수사로 책임 소재 밝혀야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전날인 7일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함에 따라 정부와 협의해 잼버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허술했던 새만금 잼버리 준비 과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171억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벌레와 모기가 들끓는 늪지와도 같은 땅에 세계 청소년들을 숙영토록 해 국제적 망신을 사고 국격을 떨어뜨린 것은 분명히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2017년 유치 이후 5년이나 대회를 준비해 온 문재인 정부가 1차적 책임을 져야 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낸 현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 삿대질하면서 싸우고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라 똑같이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조직위원회는 1171억원의 예산 가운데 740억원을 운영비로 썼다고 한다. 대회장 하수도나 전기 공사, 야영장 설치와 같은 인프라에 쓴 돈은 예산의 3분의 1밖에 안 되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화장실 청소와 관리비용은 겨우 4500만원, 벌레 방역비 5억원, 그늘막 설치 1억8000만원이었으니 4만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불편은 피할 길이 없었다.
애초에 배수가 잘 안 되는 농업용 습지인 새만금은 야영지로 적합하지 않았다. 30년 동안 정권마다 애물단지 취급을 했던 새만금을 활용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대회장으로 정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기왕에 정해졌다면 일찌감치 문제점으로 부각됐던 더위와 벌레, 질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했는데 관계자들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했다. 정부 책임 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이 의원들의 준비 부족 지적에 덮어놓고 문제 없다고 답변한 게 1년 전이다.
공무원들은 그러면서 운영 경험을 배운다고 외유성 출장을 거액을 들여 다녀왔다. 그들이 방문한 국가는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곳도 있었고 개최국에 갔어도 견학 시늉만 내고는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와인 시음을 하면서 혈세를 뿌리고 돌아왔다. 잼버리를 명목으로 다녀온 공직자들의 출장이 거의 100건이다. 한마디로 잼버리 예산을 공무원 해외 관광에 쓴 것이다.
국민의힘은 8일 잼버리 개최를 이유로 새만금 지역에 투입된 간접 사업비가 10조8000여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항, 고속도로, 철도 등의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인프라들이 모두 잼버리 대회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잼버리를 핑계로 과잉 지출을 한 것이다.
태풍으로 수도권으로 옮긴 잼버리 대회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이제 중앙정부 책임이 됐다. 대회를 마친 후에는 국제행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거액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제대로 집행됐는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전·현 정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예단은 위험하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리가 발생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본다.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들도 당연히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물론 검찰 등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처벌할 게 있으면 법에 따라 엄히 다스리기 바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