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장 요구사항 충실히 반영, 정부의 정당한 입장과 주장은 모호하게
지난 정부 선택적 주권 인식 저자세 대중 외교 현 정부에도 악재로 이어져
주권 강조한 지난 정부, 도리어 유엔사와 미국과는 불협화음 발생
주권 강조도 인권정책도 선택적인 접근법은 우리의 이익과 주권 잠식
대한민국호의 진전과 개선 위한 교훈으로 삼아 국익 담보해야 할 것
[파이낸셜뉴스]
한미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21년 5월 14일 오전 국방부와 미군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생필품과 공사자재 등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사드 반대단체 및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오후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뉴스1
문재인정부 사드협의는 굴종외교?
한중간 급랭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임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양국간 사드협의가 우리 정부의 자주적 외교 차원보다는, 중국측의 전략적 이익을 대거 수용한 결과물이라는 전문가 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 31일 당시 ‘한·중 관계 개선 협의’ 결과 문서엔 "사드 체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드 갈등과 관련, 중국 외교부 차원의 우려와 항의를 청와대가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결과 문서엔 중국 측의 입장과 요구사항은 충실히 반영한 반면 우리 정부의 정당한 입장과 주장이 모호하게 담긴 것이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온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한·중 간 첨예했던 사드 갈등을 ‘봉인’했다고 자평한 이 문서엔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며 "중국 측은 한국이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특히 ‘관련 문제’는 사드 레이더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의미하며, ‘적절히 처리’할 방법은 기술적으로 중국 본토까지 탐지 가능한 사드 레이더를 철수하거나, 레이더 운용을 제한하는 방법뿐이란 점에서 전문가 일각에선 이 같은 문구를 결과 자료에 담은 것 자체가 중국이 1한(사드 운용 제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사드협의결과, 중국측 전략적 이익 상당수 수용 지적
공개된 협의 결과문은 중국 측의 요구를 나열하고,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조치와 한·중 간 추가적 소통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당시 협의는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한·중 협상 수석대표로 나선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명시하는 대신 “본래 배치 목적”이라고만 표현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서도 직접적 언급 없이 “(한·중 간)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되어있다.
이는 협상 당시 대중 외교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외교부가 제대로 관여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외교가의 주된 시각이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일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더해 ‘한·미·일 3국이 합동 훈련도 안 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3국 연합군사훈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2017년 10월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협의결과와 관련, "이번 APEC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외교·국방관련 전문가들은 "주권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의 선택적 주권 인식과 굴종적 저자세로 일관한 듯한 대중 외교로 인해 사드는 여전히 한·중 관계의 갈등요소로 고착돼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중 간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반길주 "전임 정부 사드협의는 선택적 주권수호"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국가의 존재 목적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권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선택적 주권 수호’는 실질적인 주권 지키기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지난 정부 시절에는 유독 주권을 강조했다. 너무 강조하다 보니 다소 무리하거나 생뚱맞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엔사와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이는 유엔사와 미국에 대해서 한국의 주권을 강조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꼬집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드 3불 1한 관련 지난 정부의 행태는 주권 강조가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선택적이었음을 보여주며 '사드 체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결과적으로 중국이 ‘1한’을 주장하는 명분이 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주권이익 위축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주권사안에 대해서 중국에 양보하는 듯한 모습은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선택적이었다는 점은 더욱 비상식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권을 강조하면 그 대상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선택적이 되지 않아야 진정성이 있고, 해당 정책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국익을 담보할 수 있지만 지난 정부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사실 인권정책도 지난 정부에선 그 대상이 북한이냐 아니면 북한 외부의 다른 국가냐 따라 선택적이었다"며 "이러한 정책의 대상에 기반한 선택적 접근법이 우리의 이익과 주권을 잠식해 왔다는 점을 이제라도 제대로 따져야 하며 지난 정부 탓하기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호의 진전과 개선을 위한 교훈으로 삼아 국익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오는 18일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가 열린다. 현재 한·미·일은 공조의 강도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3국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3국이 참여하는 연합 군사훈련 강화 등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담기 위해 관련 의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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