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그래도 즐겁다"...스카우트 대피처로 다가온 태풍

10일 피지 참여로 전북 잔류 10→11개국 늘어
대원 5636명 태풍 피해 실내체육관 등에서 문화 활동


"그래도 즐겁다"...스카우트 대피처로 다가온 태풍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볼리비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전통문화관 예절교육관에서 다도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주·수원=강인 장충식 기자】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중인 전세계 대원들이 태풍 '카눈'으로 인해 실외활동 대신 실내 문화행사를 이어갔다. 156개국 3만6000여명의 잼버리 대원들은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서울, 경기, 충청, 전북 등 8개 시·도로 분산 수용됐다. 이들은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위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집결할 예정이다.

서울 집결 하루전인 10일 오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카눈은 15시간 동안 한반도를 수직으로 남북 종단 이동했다. 이에 따라 전국 8곳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임시 대피처도 모두 영향권에 들어갔다.

태풍 영향을 가장 먼저 접한 스카우트 대원들은 전북에 머물고 있는 11개국 5636명이다. 이들 대원들은 태풍을 피해 도내 각지 실내체육관과 강당 등에서 문화 공연과 전통 체험 등을 진행했다. 비상대피 과정에서 일부 혼선도 있었다. 당초 진안공고로 이동할 예정이었던 대원 120명은 군산 호원대로 들어갔다. 진안에서는 이를 미리 통보받지 못해 음식과 비품 등을 준비하고도 대원들을 맞지 못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대원들 요구에 따라 숙소 이동이 있을 수 있고, 일부 혼선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태풍에 따른 피해는 접수된 것이 없다. 이들이 떠나는 날까지 안전하고 충실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만5000명에 달하는 가장 많은 대원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지역에서도 이날 태풍을 피해 실내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화성 시내 수원대와 장안대 기숙사에서 머무는 네덜란드와 파라과이 스카우트 88명은 이날 조계종 제2교구의 본사인 화성 용주사를 찾아 템플스테이 체험을 했다. 수원시 전통문화관에는 3개국 77명의 스카우트가 방문해 절하기 등 전통 예절을 배우고 우리 민족 고유음식인 떡 만들기를 했다. 시흥시 경기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는 스카우트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과 오징어게임, 경기과기대 학생과의 축구, 농구 시합이 펼쳐졌다.

수원시 경기대 텔레컨벤션센터에서는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24기 공연이 열렸다. 무예24기는 조선 정조시대 지상무예 18가지와 마상무예 6가지를 재구성한 24가지 무예이다. 이밖에 명지대 공연장에서는 풍물놀이와 택견 시범, 국악·클래식 퓨전 연주 공연이, 평택대 90주년 기념관에서는 평택 농악, 태권도 시범, K팝, 비보잉 등의 공연을 가졌다.

경기도는 안성시 농협중앙회 교육원에 체류 중인 스카우트 대원 일부를 도담소로 초청해 발달장애인, 하늘소리 문화예술단과 라온브라스앙상블의 합창, 악기 연주 공연을 제공했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도 로프 하강, 외줄 타기, 생존수영, 소방헬기 구조시범, 안전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수원시는 관내에 머무는 스카우트들을 위해 저녁 시간대 비보잉 공연을 마련했다. 스카우트들의 숙소 4곳에 버스킹팀을 2팀씩 보내 1시간 가량 숙소 로비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색행사를 준비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에 온 각국의 스카우트들이 수원에서 좋은 기억, 따뜻한 추억을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덕스런 날씨로 야영이 아닌 문화체험 행사가 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여전히 나왔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100년 역사상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전례 없는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겹쳐 운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움도 보였다. kang1231@fnnews.com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