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9월 중 금융위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 예정
불법계좌개설 조직적인 행위로 드러날 경우 신뢰 추락 불가피
대구은행 시중은행 인가 여부 영향에 당국 "아직은 시기상조"
[파이낸셜뉴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지난달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경남은행에서 수백억 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DGB대구은행에서도 1000건이 넘는 불법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대구은행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대구은행 일탈 지난 10년 간 이어져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음달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돼 왔지만 이번 돌발 악재로 경고등이 켜졌다. 비리정도에 따라선 인허가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은행이 자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하면서 관여된 직원과 개설된 고객 계좌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사 결과 불법 계좌 개설이 조직적인 행위였음이 드러난다면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구은행은 입장문을 내고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테마)감사에 착수하여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었다"며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은행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 대구은행은 그동안 전직 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DGB금융지주 회장을 겸하던 2014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산 뒤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방법으로 3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박 전 행장은 또한 2014년 3월부터 2017년 각종 채용 절차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공모해 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대구은행에 24명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2020년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DGB대구은행 임직원 4명은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돼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신중해야"
일각에서는 대구은행 금융 사고에 대한 검사가 시작된 만큼 금융위원회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기관 직원의 윤리 교육이나 이런 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시중은행 전환이 확정이 됐는데도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환골탈태의 각오가 아니면 시중은행 전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 시중은행 전환에 끼칠 영향을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도 "고객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시중은행 전환 심사과정에서도 은행법 준수 여부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인천 서구 하나금융글로벌센터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련의 금융권 사고와 관련해 "은행 핵심업무와 관련된 사고에 대해서는 법령상 허용가능한 최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고객 계좌를 불법개설한 대구은행이 향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사 과정에 일부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지금 검사가 진행 중이라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완비, 고객보호 시스템, KPI 적정한 구비 등을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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