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한다는 '입추'가 지났는데도 무척 덥다. "인류를 구한 진정한 슈퍼히어로는 에어컨 발명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찜통 같은 더위에 남다른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몸이 냉하고 추위를 잘 타는 경우인데, 이들은 오히려 에어컨이나 선풍기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일단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차갑고 시린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이러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경우가 많으며 날이 더우면 오히려 몸이 편안하고 좋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보다는 여름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무더위에 내복을 입기도 하는데, 대부분 에어컨이 필요 없다.
체질적으로 몸이 차가운 경우에는 손발이 차거나 배가 차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면역 기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인삼이나 생강 또는 계피 등을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당연히 차가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서 양기(陽氣)가 떨어져 몸이 차가워진 경우도 있는데, 필자도 나이 50살이 넘어가면서 추위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반바지보다 길이가 긴 '7부 바지'를 선호한다.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아예 '수면양말'을 신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갓 출산한 산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무릎에 바람 든다"는 표현을 많이 쓸 만큼 산후풍(産後風)이라는 병명도 나왔다. 이러한 경우 굳이 너무 뜨겁게 할 필요는 없지만, 찬 기운이나 바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장 힘든 사람은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경우다. 당뇨병이 있거나 파킨슨증후군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데, 더워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면 금세 추위를 느낀다. 심한 경우 저리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지만 에어컨을 끄면 또 바로 더위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린다.
일반적으로 몸에 진액이 부족할 때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냄비에 물이 부족하면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는 덥고 아래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에는 반신욕이 적절하다.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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