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구촌 대전환, 그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지난 7일 해운대 벡스코 일원에서 개막한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BWDC 2023)’가 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11일 막을 내렸다.
15개 장애 유형을 망라해 6개 대륙 세계 장애인이 모인 이번 대회에서는 장애 관련 국제기구와 단체가 총출동해 지구촌 위기와 디지털 정보기술의 대전환 시기에 장애인의 삶과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치열하게 논의했다.
대회 첫날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거트루드 오포리와 페포아메(Gertude Oforiwa Fefoame)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전환 의제: 현 과제와 기회’라는 주제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디지털과 제4차 산업혁명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그는 정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장애인의 제한적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잠재적 위기를 강조하며 보조기기와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일련의 권장사항을 제시했다. 이는 이동성, 재활, 교육, 정치적 참여, 고용, 문화적 생활과 같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조기술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에게도 큰 전환의 시기라 할 만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외에도 아프리카 시각장애인교육국제위원회 회장과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 집행위원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페포아메 위원장을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폐막을 앞두고 만났다. 이번에 김치를 처음 먹어봤지만 입맛에 딱 맞았다는 그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장애인 단체가 앞으로 더욱 연대하고 협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트루드 오포리와 페포아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이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첫날인 7일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시
―가나에서의 유년시절은 어땠나요?
▲어린 시절 가나의 도시가 아닌 외곽지역에 살았어요. 맨스트림이라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10살 때 거의 3개월에 한 번씩 안경을 교체하면서 지냈는데 칠판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됐어요. 14살 무렵 저는 중학생이 됐고 더 이상 쓸 수 있는 렌즈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의 문제에 대해 이해심이 많은 친구, 가족, 선생님들 덕분에 학교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장애인 권리 운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성인이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요. 그런 와중에 대학 교수님으로부터 한 여성을 소개받았어요. 그녀도 역시 시각 장애인이었는데 그녀가 해왔던 업적과 성과에 감명을 받았어요. 저는 그때까지는 저시력자여서 그녀가 저와 비슷한 연배인걸 알 수 있었고 그 사실이 저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습니다. 저 또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로 결심했고 그 마음이 오늘까지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코로나19, 전쟁, 인플레이션과 같은 지구촌 위기에서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애인 단체의 협력, 참여, 협의 등으로 지구촌 위기 시에 장애인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염병 유행 시 장애인들은 재해 대비는 물론이고 심지어 대피 지원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하는 등 관련 제도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래서 당시 장애인들이 받았던 이러한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에 받지 못하게 되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큰 심리적 스트레스를 야기했습니다.
―이번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길 바라나요?
▲이번 콘퍼런스는 같이 배우고 참여하고 격려하면서 우리의 강점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살펴보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기회를 줬습니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이러한 점이 내가 원하는 바이고 이번 콘퍼런스 결과물로 나와야 하는 내용입니다.
장애인 권리운동 없이는 우리가 기대하는 발전을 달성할 수 없으며 국가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없습니다. 장애인 권리협약의 이행을 통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발전, 즉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트루드 오포리와 페포아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뒷줄 왼쪽 세번째)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뒷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산시
―마지막으로 부산에 머물면서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요?
▲여기 사람들은 아주 다정하고 착했습니다. 모두가 저를 도와주고 환영해주고 존중해줬어요. 또 저는 한국 음식이 맛있었어요. 특히 김치라는 것을 먹어봤는데 저는 매운 걸 좋아해서 제 입맛에 딱 맞았어요. 비록 날씨가 좀 더웠지만 제가 있는 곳의 날씨와 비슷해서 괜찮았어요. 한국에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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