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앙은행, 韓 은행에 묶였던 70억달러 찾아 환전중이라고 밝혀
무이자 상태로 4년 지나...환율 변동으로 10억달러 가까이 손해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란중앙은행 청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석유 대금을 받지 못했던 이란이 약 4년 만에 돈을 찾아갔다. 이란 당국은 한국에 묶였던 돈에 이자가 붙지 않았으며 환율 변동으로 인해 약 10억달러(약 1조3320억원)를 손해 봤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의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총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을 통해 그동안 한국의 은행들에 보관 중이던 이란 자금 전액이 제재에서 풀려났으며 이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 계좌에 있던 돈을 우선 제3국으로 이체하여 유로로 바꾸었고 이를 카타르에 있는 이란 은행 계좌 6곳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자금을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을 수입하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파르진에 따르면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은 동결 기간 동안 이자가 전혀 붙지 않았다. 그는 동시에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전체 70억달러(약 9조3240억원)에 달했던 잔액에서 약 10억달러가 줄었다고 말했다. 파르진은 돈이 이동한 제3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같은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환전 수수료를 제3국에서 부담했다고 알렸다.
앞서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상계 방식의 교역을 진행했다. 이란에서 원유와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국내 은행 2곳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수입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물건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해당 계좌에서 대금을 받아 가는 형식이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미국은 2019년 9월에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수준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강화했고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이란 중앙은행 계좌 운용을 중단했다. 해당 계좌들에 남은 돈은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란은 2021년에 페르시아만을 지나던 한국 화물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묶인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항의를 무시했으나 지난 10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란이 해외 자산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란은 해당 합의로 한국뿐만 아니라 이라크, 유럽에 묶인 자금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파르진은 12일 한국 외에 다른 나라의 이란의 자금도 곧 모두 동결 해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발표에서 미국이 이란 자금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사전에 공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돈을 가져가더라도 “식량과 의약품,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없는 의료 기구 구입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