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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새만금 잼버리가 남긴 교훈

[강남시선] 새만금 잼버리가 남긴 교훈
"내가 다 애들한테 미안하다."

전 세계 158국에서 4만여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참가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파행 운영되는 것을 지켜본 우리 국민의 심정이 이랬다. 잼버리의 하이라이트인 K팝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대미를 장식했지만, 국민들은 끝까지 가슴 졸이며 잼버리를 지켜봐야 했다.

전북 새만금에 잼버리가 시작되자마자 국민들은 기대감이 아닌 당혹감에 휩싸였다. 기록적인 폭염을 피할 그늘이 부족한 캠핑장뿐만 아니라 벌레 물림, 더러운 화장실 및 샤워실 등으로 힘겨워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더했다.

내 잘못도 아닌데 괜히 부끄러워지는 것은 국격 하락을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이었다.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가장 먼저 잼버리 캠프에서 철수를 결정할 때는 허탈감마저 들게 했다.

파행 운영된 잼버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미는 논쟁까지 행사 와중에 볼썽사납게 벌어져 국민들을 짜증나게 했다. 정치권의 단골 대처법인 '책임 떠밀기'가 잼버리 파행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온 국민이 단합해서 일궈낸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3만6000명의 스카우트 전원의 대피를 단 하루만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태풍 '카눈'으로 인한 철수 하루 전만해도 수만명의 대원들이 한꺼번에 머물 숙소를 마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름휴가철로 인해 전국의 호텔과 모든 숙박업소들에서 빈 방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온 국민이 대책 마련에 동참했다. 대학과 기업들이 기숙사와 연수원을 내주었고, 종교단체들도 먼저 나서 기도원과 사찰 등의 숙소를 자발적으로 내놨다. 여름방학 중인 대학 기숙사의 경우 스카우트 대원중 60%에 가까운 인원이 숙소를 마련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전국 곳곳에서 K문화체험을 시작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우리 국민들은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또한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기상청 등 전 부처의 공무원들이 총동원돼 K팝 콘서트를 마무리 지었다.

잼버리가 종료됨에 따라 이제 책임 추궁과 원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잼버리를 통해 지방자치시대의 허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종을 울린 문제점들을 개선했다면 조금은 달랐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32년 전에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잼버리때도 폭염이 이어졌지만 처음부터 중앙정부가 주도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국제행사를 지자체 주도로 치러야 한다. 당장 내년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예정돼 있다. 새만금 잼버리의 교훈을 잊지 말고 지자체 주도의 국제행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중앙 정부가 마련했으면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