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밀려 일정조차 합의 요원
총선 앞두고 지출제한 동력 힘들듯
재정악화에 韓신용등급 하락 위험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가 또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나랏빚에 상한선을 두는 재정준칙 법제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에서도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아 정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출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이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재정악화는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최근 나랏빚 문제로 30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다. 이미 해외 유력기관들은 한국의 재정악화를 우리 경제 '뇌관'으로 지목했다.
■재정준칙, 장기 표류?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6일부터 임시국회 일정에 돌입한다.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가 급증하면서 교착상태인 재정준칙 도입이 다시 논의될지 관심이 쏠린다. 재정준칙은 나랏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설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 이내에서 관리되도록 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적자 폭을 2% 이내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60% 안팎에서 이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8월 임시국회에서도 재정준칙 논의 전망은 밝지 않다. 재정준칙과 관련해서는 일정조차 합의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3월 15일 축조심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에 밀려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여당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주장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랏돈이 과도하게 투입됐고, 결과적으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정부 지출을 법으로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정부의 연간 예상치보다 25조원이나 많은 83조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에만 400조원 급증한 국가채무는 6월까지 1083조원을 넘겼다. 올 연말에는 연간 나랏빚이 1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랏빚 1100조…韓신용등급 우려
재정악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단계 추락한 상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2023년 국가경쟁력평가에서 한국을 64개국 중 28위로 평가했다. 지난해보다 1단계 내려갔다. 세부 항목 중 재정 순위가 32위에서 40위로 8단계나 떨어졌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와 일반정부 부채 실질 증가율 등 주요 지표의 순위가 모두 뒷걸음질 쳤다.
이대로 재정악화가 계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효율성의 순위가 하락하는 추세인 만큼, 재정준칙 입법화를 비롯한 건전 재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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