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피의자 절반이 10대…촉법소년도 대다수
'살인 예고' 알림 살펴보는 시민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가 속출하고 있는 7일 대구 중구에서 한 시민이 '살인 예고'를 정리해 알려주는 웹사이트에서 실시간 예고 글을 살펴보고 있다. 2023.8.7 psik@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살인 예고글'을 올려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의 절반 가량이 '10대'로 나타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9시 기준 전국에 살인예고 글을 작성해 검거된 피의자 149명 중 71명(47.7%)은 10대로 집계됐다.
10대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10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장난삼아 살인예고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혐의가 인정돼 소년부로 송치하면 1호(보호자 감호위탁)부터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처분이 내려진다.
촉법소년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전국 법원의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지난 2018년 9051건에서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2건, 2022년 1만6836건으로 매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떠오르는 분위기다. 정부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 최장 2년 소년원 송치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돼 현재 국민의 법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촉법소년 제도를 계획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사회적 논란도 커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3세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부모의 학대나 경제적 빈곤 등으로 발생한 가정 파탄,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사물변별능력이나 행동 통제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며 "13세 소년에게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 논문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 정책적 개입을 통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면 연령 하향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촉법소년에 대해 어떻게 개입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을 모색해 시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점승헌 법학박사는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 논문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며, 그들을 더 나쁜 길로 내모는 것이 될 수도 있다"며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악용해 법망을 피하는 촉법소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경고를 통해 소년범죄가 심화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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