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 '단독'으로 사령관 지시 어긴 것으로 추정… 부하들은 제외
국방부 '외압' 등 이유로 국방부 검찰단 수사 거부 의사 밝혀
해병대 '승인 없는 방송 출연' 문제 삼아 징계위 출석도 요구
[파이낸셜뉴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사진=뉴스1
국방부 검찰단이 사건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혐의를 기존 '집단항명 수괴'에서 박 대령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해 '항명'으로 혐의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이 수사단 소속 광역수사대장과 수사관 등 부하 간부들과 모의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협의로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검찰단에선 해병대 수사단의 부하 간부들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여부 등 문제를 박 대령과 계속 논의해온 게 아니라, 단지 박 대령의 지시에 따라 이첩을 이행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 검찰단에선 그간 박 대령의 해병대 수사단 부하 간부들은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은 채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해오다, 이후 박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하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검찰단은 이후 이달 11일 박 대령을 상대로 '항명'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소환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같은 날 박 대령은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방부 예하 조직인 국방부 검찰단에선 자신에 대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 자신을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입건한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하겠단 의사를 밝히며 검찰단에 출석하지 않아 불발됐다.
또 박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령은 지난달 19일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뒤 당시 사고 발생 경위와 군 관계자들의 과실 등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의 '주의 의무 위반'이 채 상병 사고의 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고 이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대면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이 보고서 결재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고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해병대에 지시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고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후 입건돼 군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전환됐다.
반면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한 이후 이달 2일 경찰 이첩 때까지 '이첩 보류'에 관한 명시적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오히려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보고서에서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검찰단은 당초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와 더불어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재는 '항명'만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대령은 이날 자신에 대한 '공정한 수사' 촉구를 위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기로 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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