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투자일임 길 열릴 예정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활성화돼있어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340조원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한국판 ‘스노버드(Snowbird)’가 탄생할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스노버드는 미국에서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남부로 여행하는 은퇴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그만큼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뜻인데,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퇴직연금 소득대체율(42%)을 기록한 ‘퇴직연금 강국’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퇴직연금 시장 투자일임 제도가 정착되면 한국에서도 이 같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계층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경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투자자 성향을 파악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꾸려주는 서비스다. 이를 토대로 자산을 매수·매도하게 된다. 특히 연금자산은 대개 신경 쓰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보어드바이저는 의사결정이나 실행 방식이 모두 자동화된 만큼 맞춤 운용에 보다 특화돼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선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퇴직연금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약 1조달러였던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AUM) 규모는 오는 2025년 기준 2조85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투자자문·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비대면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 2015년 자산운용사들이 적극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불어났고, 2017년부턴 대형 투자은행(IB)들도 본격 참여했다. 앞서 2011년 미국 노동부가 퇴직연금 수탁자 범위에 컴퓨터 모형을 이용한 투자자문을 포함시킨 점도 힘을 실었다.
초기 시장을 이끌었던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는 퇴직연금 고객을 상당수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베터먼트의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퇴직연금 운용관리 서비스 가입자는 약 80만명으로 추산된다. AUM 규모는 약 360억달러다.
국내에서는 주요 파운트, 쿼터백, 핀트, 콴텍, 퀀팃 등이 퇴직연금 시장을 잡을 주체로 꼽히고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파운트 자회사 파운트투자자문 지난 1·4분기 기준 AUM은 1조5470억원을 기록했다. 파운트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된 지난 2018년말 1376억원 대비 1024.27% 성장한 결과다. 지난해 말(1조4174억원)과 비교해도 9.15% 늘었다.
파운트 관계자는 “‘천천히 길게, 바른투자 파운트’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파운트는 느리더라도 꼼수부리지 않고 바르게 투자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며 “장기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노후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인 퇴직연금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점 쿼터백자산운용과 퀀팃투자자문 AUM도 각각 3604억원, 2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각각 0.69%, 7.11% 뛰었다.
이들 업체는 이번 기회 잡기에 전력할 수밖에 없다.
자체 시장이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여전히 작고 확장 범위가 제한적이라 340조원 규모 퇴직연금 시장에 발을 담가야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말 4219억원에 불과했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AUM)은 올해 6월 기준 1조9396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으나 여전히 2조원에 미치지 못 하는 등 부피가 작다. 계약자 수도 이 시점 37만6122명을 가리키고 있는데, 퇴직연금 투자자까지 끌어들이게 되면 이 숫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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