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르헨티나 극우 성향 대통령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 의원이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거캠프에서 환호하는 지자들을 향해 답하고 있다. 밀레이 돌풍으로 14일 금융시장이 휘청거리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를 18% 평가절하했고, 기준금리는 21%p 높은 118%로 끌어올려 시장 안정에 나섰다. AP뉴시스
아르헨티나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중도성향 후보가 대통령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의원이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중앙은행이 서둘러 시장에 개입해 페소화 가치를 18% 가까이 떨어뜨리는 한편 기준금리는 21%p 인상해 118%로 끌어올렸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14일(이하 현지시간)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는 극우계열 하원 의원이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시장이 휘청거렸다.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치러진 예비선거 '파소(PASO)'에서 극우정당인 '진보자유' 소속의 밀레이(52) 의원이 30.04%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4년전 대선에서 승리한 좌파 계열의 집권 '조국을 위한 연합'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은 21.40% 득표율로 2위에 머물렀다.
제1 야권인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 후보 2명은 각각 16.98%, 11.29% 득표율로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후보가 통합되면 산술적인 지지율로만 보면 2위가 가능한 지지율이다.
밀레이는 유권자가 많은 코르도바, 산타페, 멘도사주 등 24개주 가운데 16개주에서 압승했다.
이전 여론조사에서는 '변화를 위해 함께'와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들이 우위를 지켰다. 이번 대선이 중도우파와 좌파간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비선거에서 극우가 돌풍을 일으키며 1위로 올라섰다.
중앙은행 철폐
여론과 논의의 중심에서 멀었던 밀레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위한 재정 대폭 삭감도 주장하고 있다.
또 범죄로부터 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기판매를 장려하기도 한다.
밀레이는 특히 중앙은행 철폐 공약을 들고 나왔다.
연평균 100%대에 이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책임이 중앙은행에 있다는 것이다. 물가를 잡지 못하는 중앙은행을 두고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심각한 경제상황 발단이 1935년에 문을 연 중앙은행에 있다면서 중앙은행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저한 신자유주의자인 그는 장기 매매 합법화도 주장한다.
평가절하·금리인상
중도우파의 선전을 기대했던 예비선거에서 극우가 돌풍을 일으키자 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달러표시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도 폭락했다.
중앙은행이 결국 대대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페소 가치를 10월 대선까지 달러당 350페소로 고정하기로 했다. 18% 평가절하다.
또 기준금리는 97%에서 118%로 21%p 끌어올렸다.
중남미 3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는 수년간 경제·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올해 인플레이션은 14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18% 기준금리도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경기침체는 지난 10년 동안 6번째 침체다.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국채 가격은 최대 15% 폭락했고, 이후 시장 개입에 힘입어 낙폭을 6~7%로 좁혔다.
또 아르헨티나 메르발주가지수도 초기 3% 폭락했다가 시장 개입 뒤 3% 폭등세로 돌아섰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글로벌X MSCI 아르헨티나 상장지수펀드(ETF)도 장이 열린 직후 7% 폭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2% 수준으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