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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등돌린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30% 넘게 늘렸다

올 상반기 기술신용대출 잔액
14% 감소… 중기·벤처 자금난
부실 우려에 담보대출 집중 영향
기술신용평가 기준 강화도 한몫

기술금융 등돌린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30% 넘게 늘렸다
시중은행이 '기술금융' 공급을 1년 새 14% 넘게 줄이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35%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줄이 말라가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기술신용평가(TCB) 발급 기준도 강화한 상태라 향후 기술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늘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178조2570억원) 대비 14.13% 감소한 153조741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간 잔액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해 11월(182조5027억원)과 비교하면 7개월 새 16.13%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지난 6월 44만6057건으로 전년 동월(53만5398건) 대비 16.69% 감소했고 신청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10월(55만2603건) 대비 19.28%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지난 2014년에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부터 신용, 담보 등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은 해당 대출을 통해 일반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5대 은행 중에서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44만3950건) 대비 22.73%(10조930억원) 감소한 34조302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9만1072건에서 6만6713건으로 26.75% 줄었다.

반면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줄곧 상승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 6월 기준 123조2116억원으로 전년 동월(91조9245억원) 대비 34.04%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17조6974억원 상승하는 등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TCB 평가 발급 기준도 까다로워져

이같이 은행권이 대기업대출에 집중하고 기술신용대출을 줄인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기술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부실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2·4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국민은행 0.26%, 신한은행 0.32%, 하나은행 0.36%, 우리은행 0.3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국민은행 0.06%, 신한은행 0.11%, 하나은행 0.07%, 우리은행 0.02% 등을 기록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더구나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기술력이라는 무형 담보를 가진 벤처기업들에 대한 기술금융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TCB 발급 기준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기술평가 품질관리위원회를 신설해 TCB사와 자체 TCB평가 은행의 기술평가를 직접 심사 중이다. 기술집약형 기업이 아닌 기업들이 TCB를 발급받는 사례를 방지해 TCB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 은행권의 기업금융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대기업 같은 우량차주 위주로 여신 성장이 이어졌다"며 "지난해부터 TCB 발급이 까다로워지며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 기업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