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자사고·특목고 갈래요" 중학생때부터 ‘명문고’ 향한 입시전쟁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6) 사교육비 유발하는 ‘고교 서열’
특목고 입학해야 명문대 진학 인식
대치동 학원가 자사고 대비반 성황
일반고생과 사교육비 격차 더 커져

"자사고·특목고 갈래요" 중학생때부터 ‘명문고’ 향한 입시전쟁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서열화된 고교 체제가 사교육비 경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 고교 체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와 일반고로 구분되는 엄연한 '서열'이 존재한다. 정부가 현 체제를 유지키로 하면서 이들 고교에 자녀를 보내려 하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은 감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입시 경쟁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사교육비 경감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외고 존치에 학원가 '성황'

1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등에는 자사고·외고 대비반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본격적인 대입 준비가 시작되기 전인 초등학교·중학교 때부터 자사고·외고 입시에 열을 올리는 사교육 수요가 흡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치동 학원가에서 열리는 자사고·특목고 관련 입학설명회는 조기에 마감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주에 많게는 4~5차례씩 열려도 자리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줄을 선다는 후문이다. 이 탓에 입시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입시설명회까지 있을 정도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자사고와 과학고 입시를 앞둔 7~8월은 고교 입시 학원가의 성수기로 꼽힌다. 올해 서울 지역 과학고는 8월 말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돼 9~11월께 전형을 치른다. 외고·국제고·자사고는 12월 초부터 원서접수를 받는다.

자녀의 자사고 입학을 노리는 학부모 사이에선 여름방학까지 겹친 이 시기 동안 더 좋은 학원에 보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목고 입시반에 들어가기 위해선 고난도 시험은 물론, 한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학원비도 불사하는 분위기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사고·외고 입학을 명문대 입학의 선결 조건이라고 보는 학부모가 많다"라며 "실제로 자사고와 일반고는 분위기 등 주변 환경의 차이가 있다. 자사고·외고 입학이라는 성취가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자사고 갈래요" 사교육비 유발 증가

입시업계는 현 정부의 자사고·외고 존치 결정이 고교입시 학원가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보고 있다.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대로 이들 고교의 지위를 박탈했다면, 가뜩이나 적지 않은 내신 부담에 학부모가 발길을 돌렸을 거라는 설명이다.

자사고·외고의 증가한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앞서 정부가 자사고 존치 기조를 드러내면서 '폐지 리스크'가 사라진 자사고·외고의 입학 경쟁률은 일제히 상승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주요 10개 자사고 경쟁률은 1.82대1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총 2591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10개 자사고에 4720명이 지원한 것이다. 이 가운데 외대부고의 경쟁률은 2.99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사고는 입학이 치열한 만큼 상당 수준의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월평균 사교육비가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보다 1.7배가량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일반고를 지망하는 초·중학생의 월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36만1000원이었으나,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사교육비는 6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사고와 일반고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격차는 더 커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두 학생의 사교육비 격차는 2021년 21만2000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5만3000원으로 벌여졌다. 일반고와 외고·국제고의 경우에도 2021년 17만1000원에서 2022년 19만7000원으로 격차가 커졌다.

■자사고 존치하며 사교육비 줄인다는 '모순'

자사고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도입됐다. 이로 인해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 사이의 서열이 굳어지면서 입시 경쟁 과열이 야기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 부총리조차도 인사청문회에서 "고교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자사고 폐지 방침은 손쉽게 뒤집혔다. 공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보해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사고·외고 존치 방침이 사교육 경감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에 "사교육 유발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은 제거한다는 대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유발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와 외고를 지위를 유지한 채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자사고·외고 입학을 위해 학생들이 길게는 6~7년을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사교육이 유발된다"라며 "진학 이후에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교육을 받는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자사고의 부작용을 인정한 바 있는 이 부총리가 자사고 존치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자기 부정"이라며 "정부가 사교육 경감에 진정성이 있다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모순적이거나 효과가 미미한 정책뿐"이라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