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내신에 올인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늘겠죠."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교학점제 하에서도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고1 내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에선 "고1 내신을 놓치면 정시를 택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고교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하는 학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달 말 발표 예정인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대입제도가 대폭 개선된다면 고교학점제의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5학년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된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고교에 진학하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이수해 졸업하는 제도다. 당초 논의됐던 고1 공통과목 전면 성취평가제(절대평가)는 도입되지 않아 고1 내신은 기존 9등급 석차등급제를 유지하게 됐다. 고2·3 내신에는 5등급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고교 과정 중 고1 내신만 상대평가가 유지되면서 고1 내신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수가 한정적인 고1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향후 절대평가인 2, 3학년에서 역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고1 내신만 상대평가로 남겨두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고1 내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고1 내신에 올인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1 학생의 사교육비는 초·중·고 전체 학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실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1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9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3 학생의 사교육비인 41만9000원보다 7만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1 내신에 절대평가를 시행하지 못한 이유는 자사고 쏠림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모여있는 자사고에 내신마저 모두 절대평가가 된다면 자사고의 이점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교육부가 내달 발표 예정인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의 내신 대비 경향도 달라질 수 있다. 고1 내신이 상대평가로 유지됐어도 수능 과목 구조나 수능 평가 방식이 개편된다면 새로운 판이 깔리기 때문이다.
구 소장은 "최소한 고교학점제를 실행할 수 있는 만큼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현 입시 체제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건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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