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제한 검토’ 갑론을박
"중장년 주거사다리 걷어차는 일" "2030 빚투 조장하는 거냐" 비판
가계부채 급증에 연령제한 검토
당국 "DSR 규제 우회 가능성 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연령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차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에 내 집 마련에서 4050세대를 소외시킨다는 불만과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에게 '빚투(빚내서 투자)'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만 34세'라는 연령 산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우회통로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아직 연령제한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내 집 마련'에 4050세대 번번이 소외
15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데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50년 만기)과 동일한 '만 34세 이하'가 연령제한 기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자 4050세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50대 남성은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제한을 둔다면 이는 4050세대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분양시장에서도 생애 최초·다자녀 특별공급 등 젊은 사람들에 대한 특혜만 있고 4050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토로했다.
40대 여성은 "나이 들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 한 채 장만하겠다는 중장년층에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대출도 아닌 주택담보대출에 연령제한을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왔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김모씨는 "통상 30~40년 만기로 주담대를 받아도 5~7년간 갚다가 주택을 매매해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간상환을 전제로 대출하면 지금 당장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더 유리할 수 있는데 만 34세라는 나이로 특정해 대출을 제한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역시 "30대이든 70대이든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라며 "빚을 못 갚으면 담보주택을 경매 처분하면 될 일인데 연령제한을 두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을 앞두고 2030세대에게 '빚내서 집사라'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죽은 고양이가 튀어오르듯 하락 국면에서 반짝 회복)라는 얘기가 있다"며 "50년 만기 주담대를 활용해 집을 마련한 2030세대가 집값 하락기에는 고통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 DSR 우회수단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지목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의 연령제한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대표적 대출규제인 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활용되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 5% 금리로 4억원의 주담대(원리금 균등상환 방식)를 30년 만기로 빌리면 한 달에 214만7286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연 소득이 6000만원이라면 DSR(42.95%)이 한도 40%를 초과하지만 만기만 50년으로 늘리면 한 달 원리금은 181만6555원으로 줄어들고 DSR은 36.33%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초장기로 대출을 갚기 힘든 고령층까지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해 DSR을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50년 만기 주담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회의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은행연합회는 회원 은행들에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실적과 조건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DSR 우회통로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며 연령제한 역시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우회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연령제한 역시 검토되고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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