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최근 고금리 속에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사무실 빌딩, 아파트, 쇼핑몰 등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사무실 빌딩. 로이터뉴스1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수년 전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진 사무실 빌딩, 아파트, 쇼핑몰 등 상업 부동산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상업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 큰 손들이 자금을 조성해 상업부동산 사냥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언앤드스트리츠, 골드만삭스, EQT엔서터, BGO 등 유명 금융사들이 상업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모으고 있다.
부동산 자금모집을 추적하는 투자은행 '로버트 A 스트레인저 앤드 코'의 케빈 개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수주일 간 대형 금융사들이 상업 부동산 사냥 채비를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미 상업부동산은 지난해 3월부터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강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추락하고 있다. 덩치가 큰 탓에 건물주들이 대개 막대한 부채를 끼고 이들 건물을 매수한 터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매물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매물이 나오고 있다.
사무실 빌딩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무실 출근이 줄어들고, 이에따라 필요 사무 공간 역시 감소하면서 수요 둔화 흐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거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도피처 역할을 했던 아파트도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아파트 소유주들이 더 높은 금리로 차환을 해야 하면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갈아타야 해 매물을 내놓지 않는 주택시장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택은 고정금리가 일반적이지만 아파트 등 투자 부동산은 변동금리 대출이 흔한 탓이다.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 고객들을 빼앗기면서 쇼핑몰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쇼핑몰 가치는 70% 넘게 폭락했다.
상업부동산 소유주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버티기에 들어갔으나 치솟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규모가 작은 건물부터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한 사무실 빌딩은 건물 구입주인 클래리언파트너스가 2014년 1억700만달러를 주고 구입했지만 최근 개발업체 프레시디오베이에 단돈 4100만달러에 매각됏다. 프레시디오는 당초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셈이다.
상업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자를 갚지 못해 공매로 나오는 부동산도 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MSCI리얼애셋에 따르면 2·4분기 중 이자를 갚지 못해 소유주가 파산(디폴트)하거나 은행들이 공매로 내놓은 상업 부동산 규모가 80억달러 늘었다. 이는 팬데믹 봉쇄로 상업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2020년 2·4분기 이후 분기 증가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헐값에 나온 상업부동산을 사들이려는 매수 세력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이 이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이 운용하는 기회주의적 부동산펀드가 지금까지 약 1450억달러로 실탄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 말 1200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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