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해 1시간 10분 만에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북 고령군의 한 민간목장에서 암사자 한 마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인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가운데, 탈출 1시간 10분 만에 사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쇠한 암사자, 탈출 후 숲속에서 휴식하다 사살
그러나, 해당 암사자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온 것으로, 평균 수명을 5년이나 넘긴 노쇠한 암사자로 밝혀졌다. 특히 숨지기 직전 20여분 동안에는 숲속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만 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6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목장에서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했다. 20살로 알려진 사순이는 탈출 1시간 10분 만에 목장에서 4m 떨어진 숲속에서 사살됐다.
암사자 '사순이'를 키우던 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자 탈출했다" 소식에 당시 주민들은 불안
당시 농장 인근 주민들은 사자가 탈출했다는 고령군의 재난안전문자를 받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사순이는 경북 봉화군에서 자라다가, 2008년 지금의 농장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해당 농원은 2015년 환경청에 전시 사육시설로 등록을 마친 곳으로, 적법하게 사육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탈출 사고는 농장주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사순이는 이날 오전 관리인이 급여와 청소를 하던 중 문틈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소방본부와 경찰은 아침 7시 24분경 탈출 신고를 접수한 뒤 합동 수색 1시간여만에 농원 인근 4~5m 지점 풀숲에서 사순이를 발견했다.
당시 사순이는 사람을 보고도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20여분간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나, 사살됐다. 안전 여부를 고려해 사살을 결정한 경찰 등의 방침 때문이다.
"20년 가둬놓고, 꼭 죽여야했나" 한승연 등 비판의 목소리도
이와 관련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5년 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를 떠올리며, 탈출한 동물에 대한 사살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협하지도 않은 동물에 대해 마취 등 생포 작전을 취하기 보다 손쉬운 사살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같은 날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바로 사살할 정도로 인명 피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으면, 사전에 야생동물의 탈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당국의 관리가 필요했었다는 뜻 아니겠느냐"라며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가 나니 바로 사살하는 것은 편의주의에 불과하다"라고 질책했다.
이어 가수 겸 배우 한승연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승연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사살만이) 최선이었나. 그런 것이냐"라며 "20년을 가둬놓고"라고 지적했다.
한편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종으로 알려졌다. 사순이는 몸길이 2m, 몸무게는 150kg에 달하며, 전 농장주가 사순이와 수사자를 사육하던 중 수사자가 먼저 죽으면서 사순이만 A씨에게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