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에 대한 추모와 관계자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 교사가 사망 전 업무용 메신저(하이톡)으로 10여명의 학부모에게 민원 문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고인의 개인 번호로 학부모가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경로로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학부모 26명 중 40%가 하이톡으로 민원
16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유족 측으로부터 지난 3월6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고인과 학부모가 나눈 하이톡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다. 전체 반 학생 26명의 학부모 중 40%에 달하는 10여명이 '우리 아이가 놀림 혹은 폭행을 당했으니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고인에게 하이톡을 보내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유족에게 제보받아 공개한 서이초 사망교사의 7월17일 하이클래스 알림장 게시글/사진=서울교사노조 제공, 뉴시스
한 학부모는 고인에게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개선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아서 고민 중이다. 서로 어울려 노는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와서 그렇게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이긴 한 거 같다. 상대방 어머니께서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라는 내용의 하이톡을 보냈다. 이에 대해 고인은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제가 전화드리겠다", "송구스럽다" 등의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필사건 가해자측 학부모와 수차례 전화통화한 정황도
하이톡에는 일명 '연필사건'과 관련한 대화도 남아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가해자 측 학부모가 고인과 수업 중 하이톡과 학교 전화를 수차례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노조에 따르면 연필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12일 피해자 학부모는 사진과 함께 고인에게 하이톡으로 '통화를 원한다'는 문자를 남겼고, 고인은 해당 학부모와 두 차례 통화했다. 가해자 학부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12일 오후 9시께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에는 피해자, 가해자 부모와 고인은 수업 중 수차례 하이톡과 학교 전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고인은 학기 초기인 지난 3월2일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껴지면 학교 전화 또는 하이톡을 이용하여 연락을 달라. 하이톡은 아이들 수업 중에는 답변이 어렵다'고 안내했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피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가해 학생 학부모가 고인에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하이톡을 통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이날 오후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봤을 때 고인이 사안을 조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는 "고인은 수업 시간 중에도 하이톡으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고 휴대전화로도 연락을 받았다. (연필 사건 관련) 이틀 동안의 중재 과정에서도 크게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은 교실에서 여러 학생의 갈등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 학부모의 빈번한 민원으로 큰 고충을 겪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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