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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에 약발 떨어지는 독감백신, '어쥬번트'로 효과 높인다

전세계 가장 많은 환자 발생시키는 인플루엔자
'65세 이상 고령층'에 기존 백신 효과 점차 감소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필요성 높아

고령층에 약발 떨어지는 독감백신, '어쥬번트'로 효과 높인다
서유빈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층에서 인플루엔자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인 인플루엔자는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위험성을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발생시키는 전염성이 높은 질환이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므로 효과가 높은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면역성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CSL시퀴러스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갖고 고령층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 대비 높은 면역반응 효과를 가진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용성 등을 소개했다.

고령층, 표준 백신 효과 떨어져

서유빈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각 국가마다 빈발하는 질환에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평균적으로 보면 인플루엔자는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질환"이라며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의 질병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백신 접종'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10%가량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며, 이 중 1%가 입원하고 이 환자들 중 7~8%는 사망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도 유사하며 인플루엔자에 따라 한국은 연간 1600억원의 직·간접적 사회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일반적인 성인에 비해 백신 접종을 해도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면역노화 현상도 이유로 지목된다"며 "최근에는 면역증강제를 백신에 넣은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이 주목받고 있고 실제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층에게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장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층은 면역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백신 속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이 낮게 나타난다. 고령층의 이 같은 불충분한 면역반응은 인플루엔자 감염은 물론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도를 높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고면역원성 백신의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면역증강제를 함유한 '어쥬번트 함유 백신' △항원의 함유량을 증폭시킨 고용량 백신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재조합 백신은 대표적인 고면역원성 백신이다. 문제는 고용량 백신의 경우 가격적 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어쥬번트 함유 백신, 경제성·효과 높아

최근에는 고용량 백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표준 백신보다 효과가 좋은 어쥬번트 함유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메디케어 대상자 약 1280만명을 대상자로 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어쥬번트 함유 백신은 기존 백신 대비 상대적 백신 효과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7.7~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어쥬번트 함유 백신을 이용해 백신 접종 전략을 전환할 경우 질병부담이 유의미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는 현재 다양한 인플루엔자 백신이 사용되고 있지만 고령층을 위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백신기업 CSL시퀴러스는 고령층을 위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인 '플루아드 쿼드'를 국내 민간 시장에 처음 출시한다. 플루아드 쿼드는 면역증강제 MF95를 포함한 4가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고령층을 위해 사용된다. CSL시쿼러스코리아가 수입과 마케팅 등을 맡고 일성신약과 공동으로 유통을 맡게 된다.

플루아드 쿼드는 현재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령층이 원할 경우 유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 백신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NIP에 포함됐고, CSL시퀴러스 국내 NIP 포함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기승 CSL시퀴러스코리아 대표는 "NIP에 들어가려면 정부와 비용 및 효과 분석 등 절차가 필요해 민간 시장에 먼저 진출했고, 백신의 가격도 조만간 정해질 것"이라며 "고면역원성 백신인 어쥬번트 함유 백신을 국내에 소개해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예방에 기여하고 질병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