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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종이컵에 든 액체, 물인줄 알고 마셨다가..'식물인간' 된 30대 직장인

책상 위 종이컵에 든 액체, 물인줄 알고 마셨다가..'식물인간' 된 30대 직장인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30대 직장인이 회사 사무실 책상 위 종이컵에 담긴 불산을 물인 줄 알고 마셨다가 두달째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20일 경찰과 피해자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 오후 4시쯤 한 중견기업에서 3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불산이 들어간 용액을 마시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이 회사의 검사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평소 종이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A씨는 사고 당일에도 현미경 검사를 마친 후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컵을 발견하고 이를 의심 없이 마셨다.

그러나 종이컵에 담긴 것은 물이 아닌 불산이 포함된 무색의 유독성 용액이었다. 주로 세척제로 사용되는 이 용액은 직장 동료 B씨가 검사를 위해 종이컵에 따라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액을 마신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몸 안에 있는 유독성 용액을 빼내기 위해 인공심폐장치를 달고 투석 치료를 받은 A씨는 맥박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건 발생 52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A씨 남편은 연합뉴스에 “아내가 아직 의식이 없고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며 “7살 딸 때문에 정신과 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먹으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지옥”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CCTV 등을 토대로 고의성·과실 여부 등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A씨를 해치려는 고의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유독성 물질 관리가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관련 법규를 확인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측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상,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독 물질 관리에 소홀한 부분을 발견하고 처벌 범위 등을 따지고 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