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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쌓이는데"...수익률과 시장안정 갈림길에선 정책금융기관들

5대 은행의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액이 1조원을 돌파...정책금융기관 고심

"부실채권 쌓이는데"...수익률과 시장안정 갈림길에선 정책금융기관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 단지의 모습. hwang@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5대 은행의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액이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수익성 관리를 두고 정책금융기관 경영진이 고심에 빠졌다.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계에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보증을 늘리려니 기관 수익률, 즉 경영 평가가 걸리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개최된 신보 이사회에서 신보의 수익성 증대 문제를 두고 한 참석자는 "신보는 기금관리형 공기업이고, 임무는 공무원과 질적으로 같다"며 "수익성이라는 말이 신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신보가 올해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자가 계속되면 신보 운영이 부실해져 모럴해저드가 올 수 있다"면서도 '이익을 본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수익성이 신보 직원의 복지나 급여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공기업답게 수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신보의 기본적 역할이 리스크 인수하는 활동"이라며 "경제환경이 안 좋아져서 기업의 리스크가 커졌을 때는 정부와 협의해 (신보가) 리스크를 계속 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 인수율을 강화시키면 오히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더 죽을 지경이 되고 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신보는 수익증대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이사회에서는 재무건전성 제고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한 캠코 이사는 "올해 1·4분기 중 캠코가 제2금융권에서 매입한 부실채권이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겼다"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캠코 기획조정실장은 "기재부 승인을 받아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정책금융기관은 최근 중소기업들의 손실 우려(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7월 말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612조6284억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3조5811억원 늘어난 것으로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월간 증가세 최고치다. 중국 경기 침체로 수출은 줄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대출 연체율마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1%다. 이는 전달 대비 0.05%p 상승한 수치다. 중소기업 등 저신용 기업에 대출 보증을 진행한 정책금융기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제활동 지원을 위해 대출을 보증하던 신용보증기금은 2024년 중소기업 부실률을 4.2%로 전망했다. 올해 3.9%보다 0.3%p 높게 잡았을 뿐 아니라 2025년부터는 보증액 규모도 줄일 계획이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매우 나쁘지만, 규모의 측면에서 크지 않다"며 "정책금융기관이 무리하게 부실채권·대출을 끌어안고 가기 보다는 빨리 터트리는게 현명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