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카르텔 혁파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전관 특혜 차단책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뜻을 지난 20일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등 부실공사의 상당수가 전관들이 연관된 업체에서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LH는 지난달 31일 이후 체결된 648억원 규모의 전관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유사한 관행이 공공 건설업계에도 있는지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순살 아파트'라는 조롱을 들은 LH의 부실공사 실태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한동안 파묻혀 있었을 것이다. 특혜와 비리를 부르는 이권 카르텔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나쁜 관행은 LH 사태를 계기로 완전히 근절하는 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누군가 특혜를 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더 나은 설계·감리·시공 능력을 갖추고도 공사를 따내지 못하는 기업은 이 관행 아래에서는 또 다른 전관을 영입하려 애를 쓸 것이다.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민간 자유경쟁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인식은 올바른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는 기회를 빼앗는 세대 약탈행위"라는 말도 맞다.
이제부터는 만연한 전관 특혜를 어떻게 뿌리 뽑을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기 바란다. 말로만 엄포를 놓을 게 아니라 특혜를 제도적·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끝도 아니다. 우선 LH뿐 아니라 국토부 산하 다른 공공기관으로도 전관 차단 조치를 확대해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은 바른 방향이다. 도로, 철도 등 국가기간시설을 관리하는 국토부에는 여러 공공기관이 있고 전관을 매개로 하는 이권 카르텔이 더 없을 리 없다.
나아가 우리는 차제에 다른 부처들도 산하 공공기관들의 이권 카르텔 실태를 파악하고 카르텔을 무너뜨릴 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실태는 그 분야의 관련 공무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령 태양광 담당 공직자들이 태양광 업체에 취업해서 뒤를 봐주고 사업권을 따내는 식이다.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주도해서 카르텔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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