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살인 등 혐의 첫 공판…"누군가 미행한다는 피해망상 겪어"
조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이 피해망상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분노에 의한 범행이 아니며,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살인미수 등으로 기소된 조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에 들어선 조씨는 재판 진행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할 때는 한숨을 쉬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또래들과 다른 성장 환경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입사가 거부되는 등 각종 사회 실패와 열등감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코로나19로 구직이 더 어려워지자 은둔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욕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는 두려움이 생겼고, 또래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삶이 비참해졌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신림역 일대에서 또래 남성들을 대상으로 열등감과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 측은 살인 및 살인 미수 등 행위 자체를 한 것은 인정하나 범행 동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살인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바와 같이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를 품어온 사실이 없다"며 "또래 남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려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본인을 미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등 피해망상을 겪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래서 그들을 닮은 남성을 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기와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지칭한 글이 아니었다는 취지에서 특정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서울 금천구 소재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 택시에 무임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해 모욕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2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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