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스트레스, 음주에 면역기능 약해져
안면신경마비 발견 즉시 치료해야 좋은 예후
눈과 입술의 경련 등 전조증상 잘 파악해야
[파이낸셜뉴스]
#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며칠째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김 모씨(42). 여기에 저녁 미팅과 회식까지 이어지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가 얼굴에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어 거울 앞에 서자, 눈과 입이 비뚤어진 채 한쪽 얼굴이 마비된 자신을 발견한다. 깜짝 놀란 김 씨는 서둘러 병원을 찾았고 ‘안면신경마비’를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다행히 뇌졸중과 같은 뇌 질환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질환 초기에 내원한 만큼 완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업무도 중요하지만 당분간 치료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절기상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와 삼복의 마지막인 말복이 지났지만 무더운 여름 날씨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이러한 폭염 속 7말 8초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직장인들은 밀린 업무에 치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와 야근, 저녁 술자리 등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면역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면역력 저하는 우리 몸을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고 ‘안면신경마비’의 발생률을 높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면신경마비는 눈이나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비뚤어지고 감각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크게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 뇌종양과 같은 질환이 원인이 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로 구분된다.
말초성과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마비된 쪽 얼굴의 세부 증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마 주름을 잡기 힘들거나 눈을 감을 수 없다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판단한다. 또한 감각과 언어 등의 장애가 동반되고 전신에 걸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중추성 마비와는 다르게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안면부 외 전신증상이 특별히 없다. 만약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를 진단받는다면 뇌 질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발견 즉시 치료해야 예후가 좋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환자의 약 85%가 3주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회복되지만, 이 가운데 16%는 중증 이상의 얼굴 비대칭, 타액분비 장애, 경련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13%는 잔여 위약감을 느끼는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치료, 한약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로 안면부 주변의 경직된 조직까지 이완하는 전체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먼저 안면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을 통해 비정상적인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안면 근육의 저항성을 해소하고 안면신경과 근육을 올바르게 맞춰준다. 또한 턱관절이나 목에도 추나요법을 실시해 안면부 마비로 인한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침치료는 기혈 순환을 촉진해 손상된 신경과 근육에 자극을 주고 신경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더불어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치료는 한약과 침의 이점을 동시에 활용해 통증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향상 시킨다.
한약치료는 환자의 발병 시기와 체질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급성기에는 손상된 신경과 마비된 근육 기능의 회복을 돕는 한약을 처방하고 이후에는 면역력을 향상시켜 재발을 예방하는 처방으로 건강한 일상 복귀를 돕는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SCI(E)급 국제학술지 ‘염증연구(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안면신경마비 치료에 활용되는 한약인 ‘와사해표탕’의 경우 주요 한약재인 ‘택란’이 신경세포에 발생한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재생 인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면신경마비의 재발 방지 및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등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만약 얼굴이 뻣뻣하거나 눈과 입술에 경련이 발생하는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도록 하자.
/ 분당자생한방병원 김경훈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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