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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2분기 ‘30일 이상 연체율’ 0.98% 비결은?

현대캐피탈, 2분기 ‘30일 이상 연체율’ 0.98% 비결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금리인상 여파로 캐피탈업계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이 0.98%을 기록해 연체율 관리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캐피탈 연체율 관리 성공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은 0.98%로 1% 미만에 그쳤다. KB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은 2.65%, 우리금융캐피탈은 1.95%를 각각 기록했다.

캐피탈사들의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금리인상 여파로 조달금리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금융상품의 금리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고객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캐피탈사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캐피탈사 연체율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3년 동안 국내 캐피탈사들이 신규 수익을 위해 부동산 PF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부동산 PF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 같은 전략이 고수익으로 이어지자 캐피탈사들은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 투자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캐피탈사들의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 급부상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이 브릿지론과 부동산 PF에 투자한 자금의 만기를 연장하는 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1·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4%포인트 상승으로 억제했고 2·4분기 연체율은 1% 미만으로 관리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관리하는 상품(계좌) 단위의 연체율도 지난 6월 말 기준 0.59%을 기록했다.

■선제 위기대응 '주효'


이같이 현대캐피탈이 연체율 관리에 성공한 비결로는 지난해 8월 전사에 신용위기 1단계를 선포하는 등 최고경영자부터 선제적인 위기대응에 나선 것이 꼽힌다.

현대캐피탈의 당시 연체율 지표는 1% 미만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었지만 물가, 금리, 주택시세, 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거시경제와 신용시장 지표가 1차적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자체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관련 대책을 발빠르게 마련했다.

현대캐피탈은 매달 대표이사가 직접 주관하는 위기대응협의체인 ‘디커미티(D-Committee)’를 구성했다. CEO가 직접 총괄하는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부터 구축한 것이다. 이 협의체의 역할은 위기대응을 위한 전사적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 여기에 리스크 관리부서뿐만 아니라 각 사업 부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참여시켜 다양한 논의가 한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은 디커미티를 통해 신용위기 1단계에 이어 유동성 위기 1단계 경보까지 발령했다. 신용 위기와 유동성 위기 선언 이후 곧바로 실무 부서의 업무 방향성을 전환하면서 각종 내·외부 지표를 기준으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는 전사적 유동성 확보와 함께 즉시 각 부문별 사업전략에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현대캐피탈은 개인금융 부문에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무담보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자동차 담보 대출 등 우량 고객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 무담보 신용대출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7%에서 지난 2·4분기 3.5%까지 줄었다.

위기에 대비해 채권관리 체계도 정비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1월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4개 지역본부를 신설, 각 지역별 채권관리 조직을 보다 세밀하게 재구성하고, 연체채권 전담 인력을 확충했다.

고객의 총 대출규모와 상환여력 등 다양한 채권관리 지표를 기반으로 연체고객 분류 기준도 재정립하고 이에 따라 연체금액 상환 여력이 악화된 고객은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 부동산PF 자산 3.5% 그쳐


현대캐피탈이 자동차 금융 본업에 충실하면서 부동산 PF 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것도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연체율 관리로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의 전체 상품자산 중 자동차금융 자산 비중은 80%가 넘는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부동산 PF 자산 규모는 1조4000 억원 수준으로, 전체 자산의 약 3.5%에 불과하다. 최근 캐피탈 업계 연체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PF 자산 4%, 전체 자산 중에서는 0.2%에 불과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투자한 PF 사업장은 대다수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시공사도 거의 1군 건설사로, 투자한 PF가 거의 다 차환 선순위 대상이어서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아울러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운영, 연체나 사기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예측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납입일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납입금이 연체되지 않도록 사전 안내를 진행하는 식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