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전현직 경찰 확인…개인번호로 전화" 주장
경찰 "업무용 번호로 전화한 것…통화내역과 언급 달라"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식 추모공간은 이날부터 23일까지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다. 2023.7.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년차 초임 교사 A씨(23) 사망과 관련된 이른바 '연필 사건'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전·현직 경찰로 파악되면서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유족들은 지난달 12일 A씨 학급의 학생 두 명이 실갱이를 벌이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 이마를 연필로 긁은 후 A씨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에게 심리적 고충을 겪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유족 측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해 온 반면 경찰은 수사를 통해 사건 관련 추가 혐의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23일 유족 측에 다르면 연필 사건 가해 학생 학부모는 경찰청 본청 소속 경위로 파악됐다. 특히 해당 학부모는 포렌식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유족 측은 보고 있다.
A씨 유족은 통화에서 "가해 학생 학부모 두 명 다 경찰이었고 포렌식 쪽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어머니는 현재 경찰로 근무하고 있고 아버지는 최근에는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현재 검찰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 경찰서는 학부모의 직업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앞선 경찰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가해 학생 학부모 B씨가 연필 사건 당일 오후 A씨 개인 휴대전화로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유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B씨는 12일 오후 13시 31분(4분 3초), 15시42분(2분 5초) 두 차례에 걸쳐 A씨 휴대폰으로 전화했다. 유족은 "경찰이 학부모 휴대폰 통화목록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족이 A씨의 개인용, 업무용 전화번호를 혼용해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본인 개인번호로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한 번 전화한 것 외에 개인번호로 학부모와 통화한 내역이 없다. B씨와는 A씨가 업무용 번호로 먼저 연락한 뒤 해당 번호로 B씨가 A씨에게 두 차례 다시 전화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유족 측 변호인은 업무용인지 개인번호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주장하지만 A씨가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통신사 통화내역을 확인했다"며 "동료 교사 등에게도 개인번호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 번호 두 개를 쓴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유족과 경찰 측 주장이 엇갈린다. 유족 측은 동료 교사 증언을 바탕으로 B씨가 "수업 중에 발생한 일인데 교사가 모를 수 있냐고 화를 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가해 학부모가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또 경찰은 해당 통화 직후 A씨가 동료 교사들과의 단체대화방과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 힘들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통화 내역은 업무용 번호로 통화한 것으로 확인돼 A씨가 이렇게 말한 것에 대한 사실 여부를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경찰이 사건 초기부터 방향을 왜곡했다며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유족은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사망원인을 신변 문제로 몰았다.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경찰을 신뢰할 수 있겠냐"며 "학부모 통화내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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