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 외연 확장 놓고 시작부터 온도차
중·러, 反서방 동맹 움직임에 남아공은 "완전히 틀린 생각"
지금까지 23개국 가입 의사 밝혀.. 비공식으로 40개 넘는 국가 관심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로 라브로프 장관을 대신 보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AP연합뉴스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이 4년 만에 남아공에서 다시 만났다. 최근 서방에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브릭스의 덩치를 키워 서방 주도의 '주요7개국(G7)'에 대적하는 조직으로 만들자는 뜻을 내비쳤으나 다른 회원국들은 서방과 경쟁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23개국 브릭스 가입 의사
22일(이하 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는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막했다. 이번 회의는 24일까지 '브릭스와 아프리카: 상호 가속화된 성장, 지속 가능한 발전, 포용적 다자주의를 위한 동반자 관계'를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회의는 2019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11차 정상회의 이후 약 4년 만에 대면 회의로 진행됐다.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때문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의 최대 주제가 브릭스 확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9년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모임으로 시작된 브릭스는 신흥시장 경제 협력을 위한 비동맹 조직으로 성장했다. 2010년에 남아공이 추가 가입했다. 남아공 외무부에 따르면 브릭스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30%, 국내총생산(GDP)의 26%, 교역량의 20%를 차지한다.
5개국 외에도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개국이 가입 의사를 밝혔다. 남아공 외무부에 따르면 비공식으로 4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졌다. 남아공은 이번 회의에 67개국의 신흥시장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중국 "G7 대항마" vs. 브라질 "대항마 아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일 보도에서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이 브릭스를 G7의 '대항마'로 키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시 국가주석은 22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대독한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브릭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며 "브릭스 플러스 모델을 확장해 회원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푸틴은 화상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에 제재를 가해 국제 식량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따른 식량 위기를 서방 탓으로 돌렸다.
다만 다른 회원국들은 서방과 적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룰라는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릭스는 G7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직화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룰라는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자신이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회복했다"고 언급했다.
남아공도은 애매한 입장이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은 이달 회의에 앞서 브릭스 확장 논의를 반(反)서방 움직임으로 본다면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아공의 라마포사는 브릭스 정상 회의 직전에 시진핑과 독대한 뒤 "양국이 브릭스 확대에 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브릭스가 대단히 다양한 국가의 모임체로 중요한 사안에 관해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브릭스 참여국이 지정학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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