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中정부 대책에서 읽는 경제 위기 진단
글로벌기관, 중국 성장률 잇단 하향 조정
"총체적 난국으로 디플레 진입했다" 판단
習 "中경제는 강인하고 활력 충분" 자신... 금리인하·부동산기업 지원 대책 등 내놔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항상 세계 발전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며 14억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되면서 모든 국가의 산업 및 상업에서 더 큰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 포럼 폐막식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그는 "중국 경제는 강인하고 잠재력이 크며 활력이 충분하며 장기적인 개선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자신감을 나타냈다.
■겉으로는 '자신감', 내부적으로는 '총체적 난국'
중국의 대외적인 자신감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상당수 글로벌 기관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실물경제 하락 속도를 반영했다며 기존 5.1%에서 4.6%로 대폭 내렸고, UBS는 5.2%였던 성장률을 4.8%로 하향 조정했다. 최악의 지표가 이달부터 연이어 공개되기 전에 모건스탠리는 5.7%에서 5.0%, JP모건과 씨티그룹은 5.5%에서 5.0%, S&P는 5.5%에서 5.2% 등으로 낮춰 잡았다. 따라서 이들 기관도 새 보고서에선 전망치를 다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는 5% 안팎이다.
수치로 드러나는 중국 경제는 사실상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다.
7월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4.5%나 급감하며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수입은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 자신감의 바탕인 내수경기도 좋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생산자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전망치를 밑돌았고 고정자산 투자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상태다.
또 중국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6월 청년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치에 충격을 받은 중국 정부는 7월부터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도시 실업률이 5.2%에서 5.3%p로 0.1%p 상승한 데다 대학졸업자 1000만명의 수치가 데이터에 적용되기 전 중국 특유의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은 물론 내수, 실업률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면서 외국인들의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4% 줄었다. FDI 감소폭은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1~4월의 6.1% 감소 이후 최대폭이다.
■금리인하, 지준율 인하, 부동산 기업 특별지원 등 대책 총망라
수출과 내수, 실업률, 외국인 투자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점이 불거지자 정부는 공격적으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2·4분기 통화정책 시행 보고서'에서 "국제정치와 경제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하며 선진국의 급속한 금리인상의 누적 효과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회복의 동력은 약화되고 국내 경제운영은 수요 부족에 직면했으며, 일부 기업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중국이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기업 특별지원, 금리 조정,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구조적 정책수단 등 전방위 조치를 활용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확대에 나선 것은 소비위축은 기업 생산 축소 및 고용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디플레이션 양상, 실업률 가중, 가계경제 악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정책은 정확하고 강력해야 하며 통화정책 도구의 총량적·구조적 이중 기능을 잘 활용해 실물경제의 회복과 발전을 견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풍부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물론 주식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지자 자존심을 버리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중국·홍콩 증시를 살리기 위해 '100+1' 거래제도 도입, 인지세 인하 검토, 거래소 수수료 인하, 증권사 거래수수료 인하 등을 잇따라 내놨다. 증감위의 '증시 숨 불어넣기' 조치는 소비자물가가 2년5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생산자물가는 10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 하루 뒤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는 증권 거래의 편의성을 높여 통장에서 자고 있는 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 시중은행들이 인민은행의 지시를 받고 예금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적극적인 소비나 투자 대신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노무라의 팅루 수석 중국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 없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5.0%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은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마지막 지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