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반란 일으켰던 무장 세력, 지도자 잃어 더욱 불안해져
바그너그룹 흡수 시작했던 러시아, 프리고진 사망 이후 속도 높일 듯
조직 완전 해체 가능성도 있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추모하는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깃발 옆에 꽃을 내려놓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최대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바그너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조직과 이권 사업을 흡수한다고 내다봤다.
과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인수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알아서 기존 운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상황을 매우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패네타는 “그러니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주장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바그너그룹 용병들 또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옛 소련 시절 해외 공작을 수행하던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은 소련 붕괴와 국방 개혁으로 해외 활동 인력이 줄어들자 2013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프리고진과 함께 바그너그룹을 세웠다. GRU는 미국의 '블랙워터'같은 PMC를 참고해 바그너그룹을 창설하고 GRU 산하 병력으로 사용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10년 가까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12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활동해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천 명의 용병들을 파견해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개발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러시아 정부는 정규군을 투입할 수 없는 작전에 바그너그룹을 투입해 해외 영향력을 키웠다.
우크라 전선에서 싸웠던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군 지휘부와 권력 갈등이 절정에 달하자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한 다음 자신을 따르는 바그너그룹 병력과 함께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그는 6월 29일에 바그너그룹 간부들과 함께 푸틴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은 당시 접견에서 바그너그룹 대표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아프리카 각국에 연락해 바그너그룹의 이권 사업을 자신들이 이어받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한 이후에도 아프리카와 벨라루스에서 계속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프리고진 사망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인수 속도를 높인다고 전망했다. 익명의 유럽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신시키며 바그너그룹의 역할을 점점 더 많이 떠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그너그룹이 해체된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했던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낮은 임금 때문에 주둔지를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벨라루스 주둔 바그너그룹 병력은 한때 5000명 이상에서 약 4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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