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사전평가에서 프리고진이 암살 당했다고 판단
러시아 대공미사일에 맞지는 않은 듯, 내부 파괴 공작 의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트베리주 쿠젠키노 인근에서 현지 사법 당국 직원이 전날 추락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전용기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암살이라고 잠정 판단했다. 미 당국은 러시아 정부가 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추측은 부정하면서도 다른 파괴 공작이 있었다고 의심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이하 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보당국이 사전 평가에서 프리고진 전용기의 추락 원인을 암살 음모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전날 모스크바 서북부 트베리주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서 개인 제트기가 추락해 승무원 3명을 포함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과 그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웃킨이 있었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은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러시아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들도 해당 주장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으로서는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일종의 지대공미사일이 항공기를 격추시켰다고 시사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정보는 부정확하다고 평가한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더는 "프리고진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의 초기 평가"고 밝혔다. 그는 프리고진이 암살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 "비행기가 어떻게, 왜 추락했는지에 대해 더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WSJ와 접촉한 관계자는 국방부와 마찬가지로 미사일 공격설을 부인했다. 미 정보당국은 대신 비행기에 설치된 폭탄이나 다른 공작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이어 프리고진이 암살 계획에 따라 살해되었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 당국자는 "서방 정부는 여전히 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지난 6월 반란을 일으킨 직후에 FSB에 프리고진 제거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졌다.
푸틴은 사건 다음날인 24일 발표에서 "초기 자료에 따르면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인물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추락 사고로 사망한 10인 모두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푸틴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나치즘에 맞서 싸우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푸틴은 프리고진에 대해 "1990년대 초부터 오랫동안 프리고진을 알고 지냈다"라며 "그는 어려운 길을 걸었고 인생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한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바그너그룹 감독은 이제 푸틴에게 직접적으로 넘겨졌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이웃한 벨라루스에 배치된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폴란드를 상대로 도발 행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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